최근 주식, 채권 시장 등 변동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증시와 관련된 자금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거래대금뿐만 아니라 증시 대기성 자금 성격이 강한 머니마켓펀드(MMF)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모습이다.
이처럼 주식, 채권 시장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금리 인상 수혜로 엮인 은행권 예적금 상품 등으로 머니무브(자금이동)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 MMF 설정액은 지난 25일 기준 16조6998억원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17%(6조5505억원) 줄어든 수준이다.
법인 MMF 설정액은 129조9270억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 2.1%(2조7827억원) 감소했다. 개인에 비해 감소폭은 적지만 최근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평균 148조2971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이달 평균 130조1082억원으로 12.27%(18조1889억원) 위축됐다.
MMF는 금융투자사가 국공채 또는 기업어음(CP) 등 만기가 짧은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상품을 가리킨다. 고객은 하루만 돈을 맡겨도 펀드운용실적에 따라 이자를 받을 수 있고, 언제든 환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시장에서는 MMF 증감에 따라 주식시장 관망세 유입 여부를 판단한다. MMF는 대체로 하락장일 때 늘어나는 경향을 나타내기 때문에 설정액이 증가했을 경우 주식시장에 대한 관망세가 유입됐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자금이 줄어들면 주식시장 또는 다른 투자처에 투입됐다고 판단하면 된다.
이번에 순유출된 MMF 자금은 주식시장이 아닌 은행권으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우선 거래대금이 유의미하게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일평균 국내증시 거래대금 규모는 12조8220억원을 기록했다. 연초(20조6510억원) 대비 37.91%(7조8290억원) 감소한 수준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국내증시 단기 반등으로 인해 거래대금 기술적 유입세가 있었지만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추세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금융당국의 금리인상 기조로 인해 예금금리가 높아지며 MMF 자금 유출을 부추겼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중은행은 연 4% 중반대, 저축은행의 경우 연 6%대에 달하는 금리의 정기예금 상품을 내놓고 있다. 반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MMF 3개월 수익률은 0.65%, 1개월 수익률은 0.23%에 그친다.
실제로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정기예금 잔액은 3분기 기준 459조9750억원으로 전분기(411조8200억원) 대비 48조1550억원 증가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레고랜드발 단기자금시장 경색 우려가 높아진 점도 MMF 자금 유출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며 “금리상승기에 증권가에서 은행으로의 머니무브 현상은 더 빨라지고, 장기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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