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세계 에너지 가격이 고공 행진을 이어 나갈 거라는 분석이 나왔다. 경기 후퇴 가능성과 달러 강세가 영향을 크게 줄 것으로 보인다.
26일(현지시간) 세계은행(WB)은 올해 에너지 평균 가격이 지난해 대비 60%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은 올해 대비 11% 하락하겠지만 여전히 직전 5년 평균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측했다.
WB는 이날 발표한 '상품 시장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히고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WB가 꼽은 가장 큰 에너지 가격 상승 분야는 유가였다. WB는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2023년 배럴당 92달러, 2024년에는 80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이는 5년 평균 60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2월물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2.17달러(2.3%) 오른 배럴당 95.69달러로 거래됐다.
이날 기준 미국 천연가스는 1Mmbtu(열량단위)당 6.192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5년 동안 일반적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1Mmbtu당 4 달러 전후를 기록했다. 유럽 천연가스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전날 유럽 천연가스는 1MWH당 104.320 달러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 5년 간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 추이를 보면 1MWH당 30 달러 수준이었다.
WB가 꼽은 에너지 가격 상승세 유지의 원인은 달러 강세였다. WB는 "대부분 개발도상국들의 달러화 대비 통화 가치 하락으로 식량 및 에너지 위기가 심화할 수 있다"면서 "신흥 시장과 개도국들은 세계 경제에서 한층 높은 변동의 시기를 각오해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자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가 오르면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고물가는 더 심화한다.
WB는 그동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심화한 식량·에너지 위기를 포함해 각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후퇴 가능성을 경고하며 에너지난 극복을 위한 에너지 생산 확대를 촉구해 왔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나왔다. 금리를 올려서 자국 통화 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분석이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26일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중립 금리'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계속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중립 금리란 인플레이션을 부추기지도 않고 디플레이션을 일으키지도 않는 수준의 정책금리를 말한다. 그는 이날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부분 국가의 기준금리가 아직 중립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는 27일 금리결정을 앞두고 있는 유럽은행(ECB)은 자이언트스텝(75bp인상·1bp=0.01p)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자이언트스텝 단행시 ECB의 기준금리는 1.25%에서 2.0%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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