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의 절박함, 국회의 안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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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보경 수습기자
입력 2022-10-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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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말씀드려야 하는데. 저 오늘 이것 때문에 왔거든요.” 

정치부 국회팀으로 배치돼 다양한 국회 세미나를 취재했다. 그중에서도 기업 연구개발인력 사기진작 방안 마련을 위한 포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한 스타트업 대표의 간절함 때문이다. 그는 포럼 진행 내내 메모를 했다. 토론 이후, 그는 재차 손을 들었지만 시간 관계상 발표하지 못했다. 그를 포함한 많은 기업인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해 아쉬워했다.
 
명함을 건네고 질문했다. “어떤 말씀을 하고 싶으셨어요?” 그는 공들여 쓴 메모를 보여주며 설명했다. 스타트업 연구개발직은 대기업 연구개발직에 비해 연봉 수준이 낮은 편인데 자격 조건에서 벗어나 청년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이들이 자산형성이 어려워 이탈이 잦다고 강조했다. 연구개발직도 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현재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중소기업에서 월 급여 300만원 미만을 받는 청년만이 가입할 수 있다.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는 연구개발직의 이직을 막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른 업종에 비해 고학력을 수료해야 하고 업무강도가 높은데 보상이 적어 문제라고 했다. 스타트업 대표의 주장은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었다.
 
국회 세미나는 국민의 목소리가 입법부에 닿는 통로다. 문제는 이런 세미나가 때론 소홀하게 여겨진다는 것이다. 포럼을 주최한 의원들은 축사를 남기고 떠난 뒤였다. 스타트업 대표는 세미나가 끝난 현장을 살피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제의 중심인 기업을 위한 행사가 보여주기식으로 전락해 답답했다.
 
의원들의 세미나에 대한 무관심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이달 12일 열린 ‘스토킹범죄 피해자 실효성 있는 보호 방안은?’ 세미나에는 23명의 의원이 주최자로 이름을 올렸다. 세미나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 이들은 2명에 불과했다. 지난 25일 열린 ‘촉법소년 연령 하향? 소년 보호 정상화가 답이다’ 세미나에는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공들여 준비한 행사가 주목받지 못해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들은 절박한 마음으로 국회를 찾는다. 현장의 문제를 법으로 보완하기 위해서다. 국회는 이들의 절박함을 이해하고 있나. 의원들이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를 주최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다만 금방 자리를 비우는 모습을 보면서 이러한 의견이 닿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현장을 직접 찾지 못한다면, 국회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사진=권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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