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외신 "경찰 안 보여" 인재에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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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2-10-30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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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 압사 사고 현장 앞에 희생자들을 애도 하는 조화가 놓여있다. 지난 밤 29일 이태원동 일대에 핼러윈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150명 이상이 사망하는 대규모 압사 참사가 났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주요 외신들은 이번 이태원 참사가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된 뒤 처음으로 이뤄진 대규모 행사라는 점에 주목하며 인재(人災)에 무게를 뒀다. 

워싱턴포스트(WP)는 군중이 대규모로 밀집하는 행사에 대한 준비가 미흡할 경우 이번 사태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노섬브리아 대학교의 마틴 아모스 교수는 군중이 순식간에 모여드는 대규모 행사의 경우 긴급 상황에 대비한 적절한 계획과 훈련된 전문 인력 투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군중이 위험할 정도로 모여드는 경우를 예상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적절한 관리 프로세스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사건은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WP는 참사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말을 인용해 경찰의 준비가 미흡했다고 전했다. 참사 발생 당시 현장에 있던 스페인 출신의 한 외국인은 “거의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붐볐다”며 “핼러윈을 맞아 경찰 분장을 한 이들이 많아서 혼란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 당일에 이태원과 녹사평역 근처에서 교통 경찰을 몇 명 보았을 뿐이라며 경찰들의 대비가 부족해 보였다고 했다.
 
또 다른 남아공 출신 외국인은 “거리나 골목이 너무 붐비면 경찰이 거리를 폐쇄했어야 했다”며 경찰관을 보기 어려웠다고 WP에 말했다.
 
전문가들은 ‘도미노 효과’에 주목했다. 영국 잉글랜드 서퍽대의 방문 교수이자 군중 과학 전문가인 G. 키스 스틸 교수는 “밀폐된 공간에서 군중 전체가 하나가 돼 쓰러지면서 사람들이 다시 일어나지 못하게 된다”며 도미노처럼 사람들이 넘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하면서 이태원 참사와 같은 비극이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스틸 교수는 이번 참사가 압사보다는 질식사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좁은 공간에 인파가 순식간에 몰려들면서 숨을 쉬는 것조차 어려워지면서 질식으로 인해 사망했을 것이란 추정이다. 그는 “사람들이 일어나려고 애쓰다 보면 팔과 다리가 뒤틀리게 된다”며 “뇌로 공급되는 혈액이 줄어들기 시작한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이어 “의식을 잃는 데 30초가 걸리고 약 6분 정도 지나면 압박성 또는 제한성 질식 상태가 된다”며 “일반적으로 사망 원인은 압사가 아닌 질식”이라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부상자와 사망자 대부분은 20대”라며 “병원은 너무 붐비고 사망자는 신원 확인을 위해 체육관으로 옮겨야 했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첫 대규모 사고라는 점에 주목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참사 장소는) 인기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무대가 됐던 곳”이라며 “국내에서 사망자 수가 100명이 넘는 대규모 사고는 2014년 304명의 사망·실종자를 낸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처음이다”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사고는 2014년 세월호 참사로 304명이 숨진 이후 국내 최악의 사고로, 당시 정부의 비상 대응을 질타하는 비판이 쏟아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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