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치러진 브라질 대선 결선 투표 결과, 개표가 99.49% 이뤄진 시점에서 룰라 전 대통령이 50.8%의 득표율을 기록해 49.1%를 차지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꺾었다. 불과 1%대 격차에 브라질 최고선거법원은 차분히 예의주시했다. 개표율 98.91%가 돼서야 룰라 전 대통령의 당선을 발표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개표 직후를 제외하고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밀렸지만, 격차를 좁혀나가 약 67% 개표부터 근소한 차로 앞서나갔다. 65.6% 개표 당시에는 50대50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대선 승리 축하 연설을 통해 "그들(자유당)은 나를 산 채로 묻으려고 했지만, 나는 살아 있다"고 시작한 뒤 "정당과 이념의 이익을 넘어선 민주주의 운동의 승리"라고 밝혔다.
룰라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연신 환호했다. 브라질 최대 도시 상파울루 도심에는 경적이 울리고 환호성이 퍼졌다. 룰라 전 대통령의 지지자인 가브렐리 소아레스는 "보우소나루 대통령 4년 동안 가족들의 삶의 질이 후퇴하는 것을 보았다. 반면 과거 룰라 시절에는 가족들의 삶이 나아졌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포옹하기도 했다.
반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침울함에 잠겼다. 전기 기술자 호세 리세는 가디언에 "의심의 여지가 없이 조작 선거다. 군대가 즉각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지역별 득표율이 발표되지 않았으나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 등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앞서고 미나스제라이스와 페르남부쿠 등 북동부 지역에서는 룰라 전 대통령이 우위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이번 결선 투표는 1989년 브라질 직선제 도입 이후 가장 박빙의 승부로 여겨진다.
이번 룰라의 당선으로 남미 대륙에는 '핑크 타이드' 좌파 정권의 물결이 본격화됐다는 말도 나온다. 가디언은 "룰라의 승리는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콜롬비아, 칠레에서 좌파 지도자들이 선출된 라틴아메리카 좌파의 승리를 의미한다"고 전했다.
한편,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선거 승복 여부가 관건으로 남아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전자투표기기에 대한 불신을 제기했다. 그의 지지자들 역시 이번 선거가 '조작'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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