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이달 말(27일)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703조7512억원으로 전월(694조8990억원)보다 8조8522억원 늘었다. 올 들어 5대 은행에서 불어난 기업대출만 67조8633억원이다. 아직 연말까지 두 달이나 남았지만 이미 지난해 전체 증가폭(60조2596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이 가운데서도 대기업 대출은 최근 한 달 만에 5조8592억원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기업대출 증가액(8조8522억원)의 66% 규모다. 대기업의 이달 증가액(5조8592억원)은 2020년 3월(8조949억원) 이후 2년 7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상대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은 2조993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문제는 당분간 은행권의 기업대출이 가파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채권시장의 자금 경색으로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들은 결국 은행의 간접 조달(대출)을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이 당장 막힌 유동성을 뚫어주기 위해 한은에 맡기는 적격담보증권의 대상을 늘려주고 예대율(LCR·예금잔액 대비 대출잔액 비율) 등의 은행 유동성 규제 기준까지 낮춰주면서 기업대출을 독려하고 있어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 문턱을 다시 높이기 힘든 상황이다.
전경련은 기업 대출의 부실 징후로 △코로나 이후 급증한 대출 △기업의 상환능력 약화 △높은 변동금리 비중 △부동산 등 취약 업종으로의 대출 쏠림현상 등을 지적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대출금이 늘어난 상황에서 부채 상환능력을 평가하는 지표인 DSR(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율)은 2019년 37.7%에서 2022년 39.7%로 높아졌다. 또한 지난달 기준 기업의 72.7%가 금리가 오르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나는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졌다가 금리가 인상되면서 기업들이 자금난, 신용경색 등을 겪었다"며 "유사시 기업 유동성 지원을 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도 사전에 강구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최근 금리·물가·환율 상승 등으로 기업 경영 여건이 악화하는 가운데 국내외 경기도 점차 둔화할 전망이라 한계기업 비중은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