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책임 주체가 불분명해 법적 책임을 따지기 어렵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주관 기관이 있으면 주최 측이 안전관리 책임을 지게 되는데 이번 사고는 일반적인 사례와 달리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형사처벌 적용 여부는 향후 의견이 분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과거 국내외 판례를 비춰 볼 때 이태원 참사 유족이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등을 상대로 안전관리 미흡을 이유로 민사상 배상 책임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지난 7월 울산지법은 태화강에서 물놀이를 하다 숨진 A군 유족이 국가와 울산시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유족에게 5800만여 원을 공동으로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강에서 물놀이 중 사망 사고가 발생했을 때 안전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국가와 관할 지자체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 법원 판단이다.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유족 354명은 국가와 청해진해운에 책임을 물으며 희생자 한 명당 10억원 안팎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법원은 원고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한 명당 평균 6억750만여 원의 배상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외국에도 유사 사례가 있다. 일본에서는 이태원 참사처럼 폐쇄된 형태의 이동로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해 대형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2001년 일본 효고현 아카시 불꽃 축제에서는 인파 수천 명이 100m 길이 인도교에 몰리며 압사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구름다리 위에서 인파가 밀려 넘어지며 사망자 11명, 부상자 183명 등 희생자가 나왔다.
당시 유족은 아키시시(市)와 효고현 경찰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사건 4년 만인 2005년 손해배상으로 총 5억6800만엔을 받았다.
이태원 참사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관련해 김정환 변호사(법무법인 도담)는 "공무원 개개인에게 책임을 묻긴 어렵지만 경찰이나 지자체 등 국가 배상이 인정될 수 있는 사안으로 보인다"며 "사고 예측도 가능했고 사고 회피를 위한 조치 필요성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엄태섭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도 "경찰과 지자체의 현장 질서 유지나 예방 조치가 미흡했다면 직무상 불법행위를 이유로 국가에 대한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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