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GDP 대비 한국 비금융 기업의 부채 비율은 117.9%로, 홍콩(279.8%), 싱가포르(161.9%), 중국(157.1%)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올해 1분기 세계 7위에서 한 분기 만에 세 단계나 뛰었다.
지난 1년간 한국 기업들의 부채 비율은 111.7%에서 117.9%로 6.2%포인트 올랐는데, 이는 같은 기간 7.3%포인트 오른 베트남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IIF는 보고서에서 “싸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시대가 끝나가면서 많은 기업이 이미 빚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낮은 금리 덕에 많은 기업이 싼값의 대출로 연명해왔으나, 앞으로는 대출 비용이 오르면서 부도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몇 년간 저금리 기조로 인해 경기 둔화에도 이자보상배율 악화가 눈에 띄게 나타나진 않았지만, 지난해부터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기업들의 이자보상배율 하락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으로,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보여준다. 이자보상배율이 1이면 영업활동으로 번 돈으로 이자를 내면 남는 게 없다는 의미다. 이에 기업 구조조정이 향후 핵심 과제로 떠오를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제언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또한 최근 ‘2023년 금융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계기업이 2011년 2064곳에서 올해 6월 3572곳으로 늘었다”면서 한계기업 문제가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이 내년에 취약점이 돼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은행들도 이를 우려해 연말까지 기업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에 따르면 올해 4분기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과 대기업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각각 –3이었다. 중소기업은 전분기(-3) 수준을 유지했고, 대기업의 경우 전분기(-6)보다 높아졌지만 여전히 마이너스였다. 대출태도지수가 플러스(+)면 대출심사를 완화하겠다는 은행이 많았다는 의미이며, 마이너스면 강화하겠다고 답한 은행이 더 많다는 뜻이다.
국내 기업들이 자금흐름이 경색된 채권시장보다 은행 대출에 의존하고 있어, 기업들의 자금난은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올해 2분기 한국의 국내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102.2%로, 35개국 중 가장 높았다. 한국은 지난해 2분기에 이 통계에서 1위에 올라 선 후 1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조사 대상 국가 중 가계부채가 GDP를 웃도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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