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늘어나는 韓기업 빚...세계 7위→4위로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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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2-11-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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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금융협회 세계 부채 보고서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기업금융 대출상담 등 업무 관련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한국 기업들의 부채가 주요국 기업 부채 대비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 이후 자금시장이 경색돼 기업들이 은행 대출로 눈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기업 부채 급증이 금융시장 내 부실을 촉발하는 뇌관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GDP 대비 한국 비금융 기업의 부채 비율은 117.9%로, 홍콩(279.8%), 싱가포르(161.9%), 중국(157.1%)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올해 1분기 세계 7위에서 한 분기 만에 세 단계나 뛰었다.
 
지난 1년간 한국 기업들의 부채 비율은 111.7%에서 117.9%로 6.2%포인트 올랐는데, 이는 같은 기간 7.3%포인트 오른 베트남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IIF는 보고서에서 “싸게 돈을 빌릴 수 있는 시대가 끝나가면서 많은 기업이 이미 빚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낮은 금리 덕에 많은 기업이 싼값의 대출로 연명해왔으나, 앞으로는 대출 비용이 오르면서 부도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늘어날 것이란 우려와 연결된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난 30일 발간한 ‘한계기업 증가 가능성과 향후 과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 중 한계기업 비중은 14.9%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이전인 14.8%와 유사한 수준이지만, 최근 금리와 물가,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기업 경영 여건이 악화돼 한계기업 비중이 향후 더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지난 몇 년간 저금리 기조로 인해 경기 둔화에도 이자보상배율 악화가 눈에 띄게 나타나진 않았지만, 지난해부터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기업들의 이자보상배율 하락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으로,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을 보여준다. 이자보상배율이 1이면 영업활동으로 번 돈으로 이자를 내면 남는 게 없다는 의미다. 이에 기업 구조조정이 향후 핵심 과제로 떠오를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제언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또한 최근 ‘2023년 금융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계기업이 2011년 2064곳에서 올해 6월 3572곳으로 늘었다”면서 한계기업 문제가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이 내년에 취약점이 돼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은행들도 이를 우려해 연말까지 기업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에 따르면 올해 4분기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과 대기업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각각 –3이었다. 중소기업은 전분기(-3) 수준을 유지했고, 대기업의 경우 전분기(-6)보다 높아졌지만 여전히 마이너스였다. 대출태도지수가 플러스(+)면 대출심사를 완화하겠다는 은행이 많았다는 의미이며, 마이너스면 강화하겠다고 답한 은행이 더 많다는 뜻이다.
 
국내 기업들이 자금흐름이 경색된 채권시장보다 은행 대출에 의존하고 있어, 기업들의 자금난은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올해 2분기 한국의 국내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102.2%로, 35개국 중 가장 높았다. 한국은 지난해 2분기에 이 통계에서 1위에 올라 선 후 1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조사 대상 국가 중 가계부채가 GDP를 웃도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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