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소프트웨어(SW) 연구개발(R&D) 투자로 실제 성장 효과를 얻기까지 '시차'가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업의 고용을 늘리거나 매출 등 실적을 키우려면 근시안적 지표 개선에 매몰되지 않고 지속적인 R&D 투자로 SW 분야 경쟁력을 축적해야 한다는 제언이 통계 데이터 기반 분석을 통해 뒷받침된 사례다.
3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SW정책연구소가 내놓은 'SW기업의 R&D 투자와 성장 간 관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SW기업의 매출 규모는 증가한 데 반해 R&D 투자 규모는 기존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이는 기업이 R&D 투자가 수반하는 경제적 불확실성을 크게 인식해 R&D 투자를 회피한 결과로 해석된다. 하지만 국내 SW기업의 R&D 투자는 대체로 기업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이 보고서는 결론지었다.
SW정책연구소는 국가승인통계 'SW산업실태조사'에 대한 최근 5년(2017~2021년) 데이터를 기업 중심으로 추적했다. 사업자 정보를 활용해 최근 5년 중 3년 이상 연속적으로 이 조사에 응답한 2223개 기업 데이터를 연계해 8578개 표본 데이터를 구축했고, 특정 시점 SW기업의 R&D 투자가 해당 연도와 이후 기간의 고용·매출 증감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보고서는 "SW기업의 고용 증감률에 대한 R&D 투자 효과는 긍정적이며 이러한 효과는 1년 정도 시차를 두고 발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SW기업 R&D는 투자가 이뤄진 바로 그해 고용을 늘리거나 줄이는 데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그 이듬해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고용을 늘리는 데 기여했다는 뜻이다.
또 보고서는 "SW기업의 매출 증감률에 대한 R&D 투자 효과는 시점별로 상이하나 전체 누적 효과는 긍정적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SW기업 R&D는 투자가 이뤄진 바로 그해 매출을 오히려 줄이지만 전년에 이뤄진 투자는 당해 연도 매출을 더 늘리는 효과가 있고 그 규모는 당해 연도 투자로 발생하는 매출 감소분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설명이다.
이런 분석 결과를 염두에 두면 SW기업들은 R&D 투자가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견인하는 동력이라는 점, 이와 관련된 전략과 의사 결정에 중장기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산업계의 R&D 투자에 대한 심리적 진입장벽 해소와 인식 개선, 산업 진흥 정책에 대한 체감도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봉강호 SW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 연구의 시사점에 대해 "실증 분석 데이터로 활용한 SW산업실태조사의 대상인 '광의의 SW산업'에 속하는 기업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기업의 R&D 투자 규모 확대가 대체로 고용 증가, 매출 증대와 비례 관계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SW산업실태조사 대상인 광의의 SW산업에는 상용SW, 게임SW, IT서비스, 인터넷SW(정보서비스) 기업이 포함된다. SW 제품을 개발해 라이선스를 판매하는 한글과컴퓨터, 티맥스소프트, 영림원소프트랩 등이 상용SW 기업이다. 엔씨소프트나 넷마블이 게임SW 기업에 속하고 삼성SDS, LG CNS 등이 IT서비스 기업에 해당한다. 네이버나 카카오 등이 인터넷SW 기업 범주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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