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미안하고 사랑한다"...자녀 둔 부모들 '눈물의 방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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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현·임종현 수습기자
입력 2022-11-01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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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문 이틀째, 방명록 빼곡...20대부터 80대까지 조문

시민들이 서울광장 합동분향소에서 작성한 방명록이 있다.[사진=김서현 수습기자]


'미안하다. 사랑한다. 천국에 있기를 소망한다.'
 
1일 오전 7시 서울광장 합동분향소 방명록에는 조문객들이 남긴 글들로 빼곡했다. 분향소 양옆에는 꽃다발이 가득 쌓였다. 하룻밤 사이 많은 이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진 것이다.
 
"항상 밝았던 내 친구. 하늘에서 근심 걱정 없이 편히 쉬길 바라. 내 친구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제가 다 죄송스럽고... 꼭 그곳에서는 행복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아직 어리고 살 날이 많았는데 곁에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서 편히 쉬길 바랍니다" 등 떨리는 손으로 적은 추모글들이 빈틈없이 방명록을 채웠다.

꽃 피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어린 사망자들을 생각하니 어른들은 죄책감을 지울 수 없는 듯 '미안하다'고 반복해 적었다. "그... 너무 너무 미안합니다."
 

1일 서울광장 합동분향소 양옆에 꽃다발이 놓여져 있다. [사진=김서현 수습기자]

분향소 설치 이틀째인 이날도 조문하기 위해 찾아온 이들이 많았다. 출근 시간보다 일찍 집을 나선 이도 있었다. 근무지가 강남구 개포동인 60대 여성 박유남씨는 출근 전 중구 시청역을 찾았다. 박씨는 "저도 아이를 둔 입장에서 너무 마음이 아프고,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라고 현재 심정을 말했다.

박씨는 터지는 눈물을 애써 참는 듯 목소리는 목소리로 "그래서 그냥 와서 꽃이라도 한 송이 놓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방명록에 '미안하다. 사랑한다. 천국에 있기를 소망한다'라고 적었다. '사랑한다'는 어머님의 마음으로 적으셨냐는 본지 기자의 질문에 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 양천구에서 온 70대 손모방씨의 눈은 부어있었다. 그의 손에는 눈물에 젖어 동그랗게 말린 휴지가 있었다. 그는 흐르는 눈물을 계속해서 휴지로 닦았다. 손씨는 "젊은 청년들이 가서 안타까워서 잠도 안 오고 너무 슬프다"고 전했다. 손씨는 대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손녀딸을 둔 할머니였다. 방명록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남겼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서울 강북구에서 온 80대 박모씨는 지팡이를 손에 쥔 채 분향소를 찾았다. 다리가 불편하신 듯 힘겹게 한 발자국씩 걸음을 움직였다. 박씨는 "이태원 현장에도 가 봤다"며 "하늘나라 가서 좋은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연신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20대 자매도 분향소를 찾았다. 광진구에 사는 이은서씨(23)와 이은채씨(20)다. 이은채씨는 "가까운 친구 중에서도 (사고) 직전에 돌아온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마음속으로 애도하는 것보다는 다른 분들처럼 여기 와서 애도하는 마음을 더 전하고 싶었다"고 심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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