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희생자' 아닌 '사망자'·글자 없는 검은 리본...'애도 의미 축소' 논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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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2-11-0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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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추모하는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이태원 압사 '참사'를 '사고'로, '희생자'를 '사망자'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야권의 비난이 거세다. 또한 중앙 정부와 지자체 공무원들이 합동분향소 조문시 '근조'나 '추모' 등 글자가 없는 검은 리본을 일괄 착용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다. 정부 스스로 애도의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대통령실은 그렇지 않다며 진화에 나섰다.

1일 야권은 정부가 전국에 설치한 이태원 참사 관련 합동분향소의 명칭을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로 명명한 것에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명백한 참사를 사고로 표현해 사건을 축소하거나 희생자를 사망자로 표현해 책임을 회피하려는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근조' '추모' 글자 없는 추모 리본 착용 지침...野 "상식 밖의 지시" 질타

또한 인사혁신처가 일괄적으로 공문을 내려, 공무원과 공공기관에 '근조'나 '추모' 등 별도의 문구 없는 검은 리본을 달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검은 리본에 ‘근조’나 ‘추모’를 표시하면 큰일 나는 이유라도 있는 것인가"라며 "‘이태원 참사’를 ‘이태원 사고’로, ‘희생자’를 ‘사망자’로 부르도록 한 지시와 하등 다를 바 없는 상식 밖의 지시"라고 정부를 질타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를 ‘불의의 사고’로 축소시켜 정부의 책임을 면하려는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단순한 사고로 정리하고 사고에 의한 사망자로 처리한다면 희생자에 대한 모독이며 정부 당국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처사로 밖에 볼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과거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정부는 전국에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설치했다.

◆희생자 아닌 '사망자' 표현...중대본 "가해자 책임 나오지 않았기 때문"

정부는 합동분향소 등에 희생자 대신 '사망자'로 표기한 이유에 대해 "가해자 책임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란 입장이다.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사망자, 부상자 이렇게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명확하게 가해자 책임이 나온 부분에 대해서는 '희생자' '피해자' 이렇게 용어를 사용하지만, 그런 상황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립적인 용어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야권이 "애도 의미 축소" "책임 회피"라고 비판하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대통령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사고 다음 날 아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과 참사가 발생했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이미 '참사'로 규정한 점을 상기시킨 것이다.

그러면서 "현 정부가 뭘 축소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믿는 국민은 없을 것"이라며 "공식적인 행정 문서에서 표현하는 것을 현 정부가 가진 애도의 마음과 혼동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글자 없는 검은 리본을 달고 이태원 사고 중대본 회의 참석하는 한덕수 국무총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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