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용문 창진원장 "벤처투자 혹한기, 위기를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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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입력 2022-11-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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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술성장 투자 줄어도 시드투자 늘어

  • 민관협력 '팁스' 강화 투자지속성 확보

  •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창업 생태계

  • K-스타트업 모델 글로벌 진출 도울 것

  • 재창업 기업 '리본 프로젝트' 재기 지원

김용문 창업진흥원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최근 벤처투자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스타트업들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창업지원 전담기관인 창업진흥원을 이끄는 김용문 원장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진 이유다. 김 원장은 최근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스타트업들을 만날 때면 행복하면서도 가슴이 아프다”고 창업 현장을 누비며 느낀 소회를 밝혔다.

지난해 5월 취임한 김 원장은 이달로 임기 3년 중 절반을 지나 반환점을 맞았다. 취임 초기만 해도 ‘제2 벤처붐’이라는 말이 돌며 벤처투자 시장이 활황을 이어갔으나 올해부턴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영향으로 유동성이 줄며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김 원장은 “스타트업들이 백척간두에 서 있다”며 “창업을 지원하는 입장에서 경각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혹한기, ‘민관 협력’ 지원 강화할 것”

김 원장은 투자 혹한기를 맞아 “극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발굴‧육성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투자 위축에도 여전히 많은 투자자들이 성장 잠재력과 미래 가능성이 우수한 극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위기가 곧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미국 벤처투자 정보업체 크런치베이스의 글로벌 투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초기 단계와 후기 및 기술성장 단계 투자는 크게 감소한 반면 시드(극초기) 투자에는 91억 달러(약 12조8900억원)가 몰려 전년 동기 대비 약 9.6% 증가했다.

장기적인 시각에서는 제조창업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 원장은 “현재 국내 유니콘 기업 대부분은 플랫폼 스타트업인데, 특히 소비 시장을 바탕으로 하는 플랫폼은 경기 침체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글로벌 진출 등에도 한계가 있다”며 “제조창업을 활성화하는 것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지금과 같은 투자시장 위축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창진원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김 원장은 “투자 위축에 대한 우려와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서는 민관 협력 프로그램 강화를 통해 벤처투자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대표적인 민관 협력 프로그램인 팁스(TIPS)를 강화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들이 투자 유치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용문 창업진흥원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김 원장은 인터뷰 내내 민관 협력 프로그램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창진원은 민간 투자자가 선정‧투자한 스타트업에 정부가 지원하는 팁스 프로그램 이외에도 민간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다수 운영 중이다. 구글과 함께하는 글로벌 진출 지원사업인 ‘창구프로그램’, 대기업이 과제를 제시하고 스타트업이 해결하는 공모전인 ‘대스타 해결사 플랫폼’ 등이 대표적이다.

김 원장은 “정부는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창업정책에서도 민간 주도 성장을 주요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면서 “다만 그간 정부가 중심이 돼 조성해온 창업생태계를 민간 주도로 전환하는 것은 한순간에 이뤄지기 어렵기에, 민과 관이 서로 협력해 ‘민관 협력 혁신 창업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관 협력 창업생태계는 우리 실정에 가장 부합하는 모델”이라며 “미국처럼 민간 중심의 생태계를 조성하기엔 역부족이고, 중국처럼 정부 주도로 이끌어가기엔 이미 민간이 개척한 스타트업 생태계가 발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대한민국 독자적인 창업생태계 모델로 전 세계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각‧폐업 늘어···M&A 활성화·재창업 돕는다

민관 협업으로 구축한 재기지원 사업 ‘리본(Re-Born)’ 프로젝트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 4월 신한은행과 협력해 재창업기업을 위한 공간인 ‘리본 스페이스’를 마련했으며 이곳에서 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 프로젝트 일환으로 대상과 업무협약을 맺고 바이오‧푸드테크 분야 재도전 스타트업 지원에 나섰으며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도 140억원 규모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김 원장은 리본 프로젝트가 벤처투자 혹한기를 대응하는 전략으로도 유효하다고 봤다. 자금 유치가 막혀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위해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는 점에서다. 그는 “지금 위기로 인해 많은 스타트업들이 실패를 경험할 수도 있다”며 “이러한 시점에 재창업과 연쇄창업에 대한 지원은 창업 안전망으로서 스타트업의 생존 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자금난으로 경영권을 매각하는 생존형 인수합병(M&A)이 늘고 있는 만큼 관련 시장 활성화 필요성도 거론했다. 김 원장은 “M&A 시장 활성화에 신경 쓰고 있다”며 “매각하려는 쪽과 인수하려는 쪽을 연결하는 장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은 이를 통해 출구전략(엑시트)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원장은 “국내에서도 연쇄창업이 싹트기 시작하는 단계지만 아직 이를 모색하는 구조는 잘 갖춰지지 않은 실정”이라며 “연쇄창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창업→투자→성장→엑시트→재창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M&A 활성화와 함께 재창업과 관련된 장기적 지원 체계를 더욱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K-스타트업을 세계로······“글로벌 진출 지원 확대”
 

김용문 창업진흥원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올해 대표적인 사업 성과이자 내년에 주력할 사업으로는 공통적으로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꼽았다. 김 원장은 “올해 창업기업의 글로벌 진출 사업을 단계별로 나누고 지원 내용을 개편하는 등 글로벌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노력했다”며 “각 기업의 글로벌 시장 이해도와 준비 정도에 따라 1단계 준비, 2단계 진출, 3단계 안착으로 구분했다”고 설명했다.

준비 단계에서는 3년 이하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창업사관학교’를 운영해 현지 진출에 필요한 자금과 교육을 제공한다. 진출 단계에선 7년 이내 창업기업을 대상으로 현지 시장조사와 사업 현지화를 지원한다. 안착 단계에서는 K-스타트업센터(KSC)를 통해 현지 사무공간, 해외 실증 지원 등을 제공한다. 지난해에만 KSC를 통해 61개 기업이 해외에 진출했으며 이들은 해외 매출 197억원을 올리고 해외 투자 301억원을 유치했다.

창진원은 앞으로 글로벌 진출 지원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김 원장은 “중기부는 2027년까지 글로벌 유니콘 기업 10개 육성, 해외 진출 K-스타트업 5만개 달성을 목표로 세부 전략과 과제를 제시했다”며 “창진원은 이 같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해 스타트업들이 자신들 무대를 국내에서 해외로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중기부가 발표한 K-스타트업 글로벌 진출 전략 중 첫 번째인 ‘민간 역량 활용 및 부처 협업을 통한 맞춤형 지원’을 위해 국내외 대기업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활용해 해외 진출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일례로 롯데벤처스가 베트남 하노이에서 운영 중인 ‘L-캠프 베트남’ 내에 KSC 센터 신규 설치를 내년 중 추진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 원장은 또 “국내 최대 규모 스타트업 축제인 ‘컴업’이나 지난 9월 뉴욕에서 개최된 ‘한·미 스타트업 서밋’과 같은 네트워킹 기회도 확대하려 한다”고 제시했다. 한·미 스타트업 서밋의 성과에 대해서는 “행사에 참여한 국내 스타트업들이 IR, 사업연계, 부스전시 등으로 네트워킹과 홍보, 투자 유치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아웃바운드(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뿐 아니라 인바운드(해외 기업의 국내 진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김 원장은 “그동안 인바운드 정책이 다소 소외된 측면이 있었다”면서 “유수 글로벌 스타트업을 국내로 유입함으로써 해외 자본을 유치하고 국내 창업 생태계의 글로벌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창진원은 글로벌창업이민센터(OASIS)를 통해 해외 유수 인력들이 국내로 들어와 창업할 수 있도록 기술창업비자 취득 및 창업활동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인바운드 기술창업 육성사업(OSIO)을 통해서는 우수 기술을 지닌 외국인을 대상으로 창업활동에 필요한 자금, 공간, 교육 등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현장 행보 계속···기업 애로 직접 듣고 개선”

김 원장은 “취임 당시 창업 현장에서 문제점을 찾고 해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남은 절반 임기도 초지일관하는 자세로 임하겠다는 포부다. 취임 이후 그는 1주 1사 방문을 원칙으로 지금까지 총 54회 현장 방문을 통해 스타트업들과 소통을 이어왔다. 현장에서 들은 애로사항은 체크리스트로 만들어 관련 부서가 검토‧처리하고 최종 결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소통‧환류 시스템’을 도입했다. 최근엔 이를 내부 전산 시스템으로 개발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현장에서 젊은 창업 기업인들을 만나 살아 있는 창업 생태계를 느끼면 행복하다”면서도 “투자시장 급랭으로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민간과 정부를 잇는 가교역할을 수행하며 창업기업의 어려운 점을 발굴해 정부와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며 “또 정부 정책이 창업기업에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용문 창업진흥원장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지역혁신국장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가균형발전교육원 부원장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연구 및 겸임교수 △창업진흥원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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