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전략물자'가 된 반도체… 칩4 동맹이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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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우 기자
입력 2022-11-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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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규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 겸임교수

지정학이란 국가의 지리적 위치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것이다. 전략론에서 포지션론과 닮아 주변 환경 속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는 것과 유사하다. '반도체 지정학'이 키워드로 대두되면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반도체가 전략 물자가 됐다. 

첫째, 반도체는 규모의 경제가 작용해 점점 심화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막대한 투자비가 필요하다. 가령 5㎚ 공정(1㎚=10억분의 1m) 반도체를 설계하기 위한 비용은 65㎚ 공정  대비 약 20배 가까이 증가했다. 결국 반도체 설계·제조 등이 특정 국가와 특정 회사로 집중됐다. 

둘째, 반도체가 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발전은 일반 기기에 반도체 적용을 확대했고, 이는 다시 반도체 산업을 발전시키며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최근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공장이 멈추는 사태를 보면 알 수 있다. 

셋째, 중국은 강해진 경제력을 바탕으로 서방세계를 위협하며 중국이 만드는 위계질서 속에 주변국을 편입시키고자 한다. 이는 세계 군사력 균형에 새로운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IT기술은 미국 군사력과 경쟁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이처럼 반도체가 전략 물자로 국가 안보에 중요해지면서 바이든 정부는 미국, 한국, 대만, 일본으로 구성된 칩4 동맹을 구축해 공급망을 재편하려 한다. 칩4는 반도체 산업 내 설계-시스템-제조라는 연결 관계에서 중국 배제와 함께 동맹 국가의 반도체 산업 증진을 목표로 하는 미국의 국가 전략이다.

미국은 반도체 가치사슬의 상위에서 원천기술과 설계 분야에 강하다.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시장의 96%, 반도체 요소 회로 라이선스의 46%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반도체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파운드리는 대만이 전체 시장의 71%, 웨이퍼 생산은 일본이 57%, 대만이 17%를 각각 차지한다. 즉 미국은 반도체 소재와 제조 부문이 약하다.

일본은 1980년대 반도체 산업의 황금기를 구가했지만 이제 차량용 반도체와 이미지 센서를 이용한 CMOS 반도체에서 르네사스와 소니만 존재감을 보이는 정도다. 하지만 여전히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각종 소재산업이 강하며 반도체 제조 장치는 세계 2위를 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를 생산하도록 한국과 대만 기업에 압력을 가했고, 그 결과 삼성전자와 TSMC는 현재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다. 인텔은 지난해 파운드리 산업에 재진출을 선언하고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대만 TSMC에 요청해 소니와 합작 형태로 구마모토에 공장을 세운다. 여기에 덴소의 추가 출자로 고성능 반도체인 12~16㎚ 칩 생산라인을 건설 중이다. 

일본과 대만이 반도체 분야에서 밀월 관계를 진행하는 동안 한국은 일본과 마찰을 빚어 2019년 반도체 수출 허가 절차를 간소화한 일본의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 배제돼 개별 허가를 받고 있다. 

현시점에서 우리는 우리의 반도체 수준을 밸류체인 측면에서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D램은 미국에서 일본, 그리고 한국으로 넘어온 기술이다. 앞으로 한국은 D램 반도체 패권을 지켜낼 수 있을까? 최근 대만의 반도체 전문 조사기관인 이사야 리서치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GPU를 만들 때 삼성전자 수율은 62~67%로 TSMC의 74~79%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떨어진다. 

2020년 미국 정부는 통신망에서 중국 화웨이 장비를 제외시키는 클린 네트워크 정책을 펼쳤고 이로 인해 삼성전자가 5G 통신 사업을 강화할 수 있었다. 칩4 강화는 오히려 한국의 D램을 비롯한 기존 반도체 기술을 중국에 추월당하지 않고 유지‧발전시킬 수 있는 장치일 수 있다.

대변동 시기에는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다. 향후 일어날 반도체 시장의 변동으로 야기될 어려움은 기술 혁신으로 극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통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칩4)와의 기술동맹 관계가 우리에게 부족한 반도체 역량 확보에 필수적이다.
 

[박정규 한양대 기계공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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