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10월까지 전국 월세 거래량이 100만건을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자 매매 수요가 줄고 임대차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금리의 급격한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고 깡통전세 우려로 월세를 선호하는 수요자들이 증가하며 '월세 시대'로 급격하게 전환된 모습이다.
2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0월 확정일자를 받은 전국 월세 거래량은 117만589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월세 거래량(97만7039건)보다 20.4% 늘어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연말까지 두 달이 남아 있어 이 같은 추세라면 올해 연간 기준으로는 140만건, 증가율은 40%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기간 전국 17개 시·도에서 모두 월세를 낀 임대차 거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의 증가율이 104.2%(8155건→1만6651건)로 가장 높았고, 충남(56.5%, 2만6101건→4만846건), 세종 (45.3%, 7920건→1만1510건)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월세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이자 부담 증가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9월 신규취급액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3.4%를 기록했다.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3%대로 오른 것은 2012년 12월(3.09%) 이후 9년 9개월 만이다. 코픽스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 등의 준거금리로 활용된다. 이날 은행업계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전세대출(주택금융공사보증·2년 만기) 최고 금리는 지난주 7%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올해가 가기 전 다시 한번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시간으로 3일 새벽 미국은 금리 인상폭을 발표할 예정이며 사상 초유의 네 번 연속 0.75% 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금리가 급등하며 세입자의 이자 부담은 늘고 있다. 앞서 저금리 시기 2억원을 금리 2.50%(만기 24개월)로 전세대출을 받았다고 가정하면 세입자가 부담할 이자는 월 42만원이다. 그러나 전세대출 금리가 6%로 바뀌면 월 100만원가량을 이자로 내야 한다.
이런 상황에 전세 수요가 크게 위축하면서 월세가 주거 유형의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 7%에 가까운 고금리 전세 대출을 받느니 월세를 감당하는 게 더 낫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월세 거래량이 가파르게 늘며 임대차(전세+월세)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처음으로 월세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올해 1~10월 전국에서 계약된 전세는 110만5920건으로 전체 임대차 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51.5%를 차지했다. 해당 비율은 2014년 이후 40%를 유지해 왔었다.
또 빈번한 전세사기와 깡통전세도 월세 선호의 이유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전국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75.2%를 기록, 8월(74.7%)보다 0.5%포인트(p) 높아졌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공정거래포럼 공동대표)는 “금리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난 상황에서 아직 금리 상단도 정해지지 않았다”며 “앞으로도 월세 거래는 늘어날 것이며, 특히 전세 보증금을 줄이고 월세를 추가로 부담하는 보증부월세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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