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두고 논쟁이 붙었다.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해 부작용을 피해야 한다는 속도 조절론과 경기 침체가 오더라도 속도를 멈추면 안 된다는 견해가 부딪치고 있다.
◆ "연준의 목표는 경제를 얼어붙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시키는 것"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경제전문가와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금리인상 속도조절을 둔 첨예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미국 경제를 침체로 몰고 갈 것이라며 경고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다가 경제 전반을 무너뜨리는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을 유발할 것이란 지적이다.
앞서 연준은 지난 5월부터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반복해왔다. 지난 5월 빅스텝(0.5%p 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6월과 7월, 9월에는 자이언트스텝(0.75%p 인상)을 반복했다. 연초 0~0.25%였던 금리는 11월 FOMC 발표를 앞둔 지금 이미 3.25~4.0%까지 급격하게 뛰었다.
급격한 금리 인상에 경기 침체 신호가 등장했다. 흔히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 경기 침체가 도래했다고 평가 받는다. 지난 1분기와 2분기 미국 GDP 증가율은 각각 -1.6%와 -0.6%로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하지만 연준이 올해 초 긴축으로 선회한 뒤 2년물 국채 금리가 10년물 국채 금리를 앞지를 장단기 금리 역전이 계속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경기침체의 가장 정확한 징후로 통하는 3개월물 국채 금리와 10년물 국채 금리간 역전 현상마저 나타났다. 이날 오후 4시(한국시간) 기준 3개월물 국채 금리는 4.1984%, 10년물 국채 금리는 4.059%를 기록 중이다.
KPMG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다이앤 스윙크는 WSJ에 "그들(연준)은 이제 (금리 인상 기조) 변화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며 "연준의 목표는 경제를 얼어붙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진정시키는 것"이라고 전했다. 전 연준 선임 고문인 엘런 미드 듀크대 경제학과 교수는 "0.5%포인트(인상)는 빠르고, 0.75%포인트는 더 빠른 것"이라며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 "인플레이션 완화 위해 경기 침체 각오해야"
반면 경기 침체 우려에도 연준이 금리 인상의 속도를 늦추면 안 된다는 견해도 나온다. 경기 침체를 각오하더라도 인플레이션 완화라는 중대한 과제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다는 것을 보여줬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지난해 동기 대비 6.6% 상승해 1982년 이후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달 오름 폭(6.3%)과 시장의 전망치(6.6%)를 모두 웃돌았다. 특히 주거비가 크게 오르며 고물가 고착화 우려가 커졌다.
전직 연준 이코노미스트이자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에 근무하는 데이비드 윌콕스는 "여러 불리한 (인플레이션) 보고서 등은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연준이 더 많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조치를) 한다는 것은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며, 실제로 경기 침체가 도래한다면 더 심각한 수준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스티브 블리츠 이코노미스트 역시 FT에 "만약 그들(연준)이 잘못된 결정(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내릴 경우 인플레이션이 더 높게 유지되는 문제가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연준의 목표인) 2%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공격적 금리 인상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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