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나와 가까운 죽음"...대학가 추모 물결

중앙대·동국대 등 대학 곳곳 분향소 설치

"같은 학교 학생 희생, 마음 아파"

2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 이태원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붙어 있는 메모지들 [사진=백소희 기자]

"더 말을 얹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어서 '추모합니다'라고만 적었어요."

2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에 있는 이태원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는 고인을 기리는 메모지가 가득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간단한 문장이 빼곡했지만, 이른 나이에 져버린 학우를 추모하는 마음은 가볍지 않았다.
 
메모지를 붙인 학생들은 한동안 분향소를 떠나지 못했다. 분향소를 한참 바라보던 재학생 정모씨(22)는 "같은 학생인데 안 좋은 일에 휘말리고 나는 일상을 이어가는 게 마음에 걸렸다"고 했다. 
 

2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에 설치된 이태원 희생자 합동분향소 [사진=백소희 기자]

이날 중앙대에는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이란 국적 대학원생 2명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교내를 오가는 학생들은 대부분 검은색 계열 무채색 옷을 입고 있었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합동분향소가 차려진다는 소식을 듣고 너나 할 것 없이 자발적으로 애도 복장을 했다.
 
재학생 김모씨(22)는 "같은 학교 사람이 거기에 있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며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기도 시간을 갖는 교수님도 있었다"고 했다. 이 대학 중국인 유학생 유모씨(23)는 "외국인이 여기까지 와서 일하고 공부했는데 너무 안타깝다"며 슬픔을 드러냈다.

 
교수들은 각자 방식으로 애도를 표했다. 한 교수는 애도에 잠긴 학생들을 배려해 출석을 부르지 않았다. 또 다른 교수는 "이름 한 번 불러보자"며 학생들 이름을 하나하나 읊기도 했다.
 

2일 서울 중구 동국대 팔정도에 설치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 [사진=김세은 수습기자]

같은 날 서울 중구 동국대에는 본관 앞 학교 광장 팔정도와 학내 법당 정각원에 추모 공간이 설치됐다. 팔정도에서 만난 한 학생은 가만히 서서 근조화환을 오랫동안 쳐다봤다. 분향소 향로엔 또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이들의 흔적이 가득했다. 사회과학대에 재학 중인 김모씨(26)는 "지금까지 본 것 중 나와 가장 가까운 죽음이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동국대 예술대학 연극학부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4일까지 수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 '프로듀스 101 시즌2' 출신 배우인 고(故) 이지한을 추모하기 위해서다. 이지한은 연극학부 휴학생이다. 예술대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또래들이 희생된 것도 슬펐는데 그중 1명이 같은 단과대·학교 학생이라고 생각하니 더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서울 주요 대학은 계속 피해자를 파악 중이다. 각 대학 총학생회는 이태원 참사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부터 피해자 제보를 받고 있다. 

고려대는 학부와 대학원 재학생 각 11명이, 한양대는 재학생 1명과 외국인 교환학생 2명이 이번 참사로 희생됐다. 서강대는 외국어교육원 소속 외국인 유학생 2명이 참변을 당했다. 연세대도 외국인 유학생 2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