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이태원 참사 당일 지휘부 보고를 늦게 한 의혹을 받는 총경급 경찰 간부 2명을 대기발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청 특별감찰팀(특감팀)은 두 사람이 업무를 태만히 수행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경찰의 업무태만‧늑장보고 의혹을 수사하는 것을 두고 '꼬리 자르기' '봐주기 수사' 우려도 나온다. 다만, 특수본의 경우 상급자 지휘나 감독을 받지 않는 만큼 독립성은 충분히 보장될 것이란 반론도 있다.
경찰청 특감팀은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112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서울경찰청 류미진 인사교육과장(총경)과 현장 책임자인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총경)이 업무를 태만히 한 사실을 확인하고 3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수사를 의뢰했다.
두 사람은 현재 대기발령 상태다. 특감반에 따르면 류 총경은 당시 치안 상황을 총괄하며 김광고 서울경찰청장에게 보고를 맡는 역할이었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했던 무렵 112상황실에 있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감팀은 "류 과장이 업무를 태만히 해 상황인지 및 보고가 지연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총경은 김 청장에게 참사 발생 1시간 19분 뒤인 밤 11시 34분 처음 보고했다. 당시 집에 있던 김 청장은 이 전화를 받지 못해 2분 뒤인 11시 36분 이 총경에게 전화를 걸어 참사를 처음 인지한 것이다. 사고 발생 1시간 21분 만이다.
특감반은 류 총경과 이 총경의 늑장보고 탓에 김 청장은 물론 윤희근 경찰청장까지 이어지는 경찰 수뇌부가 2시간 가까이 상황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다고 결론내렸다. 윤 청장은 참사 발생 1시간 59분이 지난 이튿날 0시 14분 경찰청 상황1담당관으로부터 보고받고 참사를 처음 파악했다.
특수본은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112상황실, 용산구청 등 전날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근무일지 등 압수물을 분석하는 한편, 수사 의뢰된 두 사람에 대한 감찰 자료 분석에 집중하고 있다. 감찰이 수사로 본격 전환한 셈이다. 수사 결과 심각한 업무태만이 확인될 경우 책임자들에게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경찰 안팎에서는 경찰이 경찰의 업무태만 등 의혹을 수사하는 것에 대해 '꼬리 자르기' 및 '봐주기 수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일부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냐'는 등 자기 편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냐, 셀프 수사냐, 이런 지적을 제기할 수 있다"며 "이러한 의심을 불식시키지 못하면 수사 결과를 내놔도 제대로 믿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현행법에 의하면 검찰이 처음 단계에서 수사를 못하게 돼 있다. 봐주기 수사 우려가 나오는 이유"라며 "예를 들어 경찰의 문제를 검찰이 수사하게 되면 수사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는 전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손제한 본부장을 포함해 총 501명으로 구성된 특수본은 소속 기관인 경찰청과 국가수사본부에 보고 의무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는 게 경찰청 설명이다. 손 본부장은 그 직무에 관해 상급자의 지휘나 감독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해 수사 결과만을 보고할 예정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청장 지시나 지휘 하에 움직이면 독립성을 보장받기 어려울 수 있지만 특수본은 같은 경찰 제복을 입고 있지만 담당 업무가 다르다"며 "온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에서 봐주기 수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결과가 부족할 경우 보완수사를 하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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