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망하는 게 정상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뛰어들어라.”
액셀러레이터(AC‧창업기획자) 스파크랩이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벤처 투자 시장이 위축되고 있지만, 한국 창업 생태계에 대한 글로벌 주목도가 높고 창업 실패 비용이 낮아진 만큼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뒷받침을 지속하겠다는 복안이다.
스파크랩은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1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사업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발표했다. 기업 창업자 출신인 김유진, 김호민, 이한주, 버나드문 대표가 2012년 공동 설립한 스파크랩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10년간 국내 창업 생태계 발전…정부 정책 효과도
스파크랩 공동대표 4인은 지난 10년의 성과로 국내 창업 생태계의 발전을 꼽았다. 이 대표는 “스파크랩을 시작한 2012년과 지금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놀랄 정도로 많이 바뀌었다. 창업 실패 비용이 낮아지면서 생태계에 뛰어드는 이들이 많아졌고 다양성도 확대됐다”며 “스파크랩이 이러한 변화에 일조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김호민 대표는 “10년 전만 해도 한국 벤처 시장에 투자를 유치하기 어려웠다. 해외 투자자들은 아시아 시장에선 일본이나 홍콩을 찾았다”며 “하지만 이제 한국은 기술과 문화를 주도하는 나라가 됐고, 한국 창업 생태계가 변화하는 것을 보며 해외에서도 초기 생태계 육성을 함께 해달라는 제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창업 생태계의 발전엔 정책적 뒷받침도 유효했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정부가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잘 되고 있고 다른 나라에서 부러워할 정도”라며 “대표적으로 팁스(TIPS) 프로그램이 훌륭하며 국내 팁스가 벤치마킹 모델인 이스라엘을 뛰어넘었다”고 평가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운영하는 팁스는 민간 투자자가 선정‧투자한 스타트업에 정부가 지원하는 민관 협력 프로그램이다. 김유진 대표 역시 “팁스처럼 민간 주도로 정부와 협업하는 모델은 초기 단계 스타트업의 실패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부연했다.
스타트업 성장 막는 규제 아쉬워…SW 분야 키워야
다만 스타트업의 시장 진출이나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 대표는 “민간 주도로 창업 생태계를 이끌려면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며 “적용기간이 2년(연장 시 최대 4년)으로 제한된 ‘규제 샌드박스’로는 택도 없다”고 꼬집었다.
정부 주도로 소프트웨어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공통적으로 제시됐다. 김호민 대표는 “하드웨어 분야는 한국이 세계 최강이지만 아직까지 소프트웨어 분야, B2B(기업 간 거래) 클라우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며 “한국에서 조 단위 규모의 소프트웨어 회사가 나오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전 세계에서 기업가치가 높은 회사들은 대부분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파는 회사”라며 “한국은 제조업 중심으로 커왔지만 시장 전망을 보면 소프트웨어 산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잘 하는 국가가 미국밖에 없는데 한국은 이 분야에서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초기뿐 아니라 후기투자도 계속…‘현금 창출력’이 핵심
스파크랩은 한국 기술과 문화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의 관심,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국내 스타트업 발굴‧육성에 더욱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인플레이션과 금리인상 등 거시경제 위기로 벤처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이지만,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한국은 벤처투자 실적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초기투자는 계속 늘어왔다”며 “스파크랩의 투자 기조도 거시경제 상황에 따라 바뀌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비창업자들을 향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뛰어들라”고 조언했다.
다만 그는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건 현금 창출력 딱 한가지”라며 “창업 후 첫 5년은 현금을 창출하기 어려운 게 당연하지만 투자를 받은 후 5년 또는 10년, 그 이후 어느 정도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명확하게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자를 설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호민 대표는 “스파크랩은 초기 단계뿐 아니라 후기 단계 투자도 이어갈 것”이라며 “이미 후속투자 펀드를 운영 중이며, 앞으로도 포트폴리오사들이 더 클 수 있게끔 이들과 계속 함께 갈 수 있는 펀드를 기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파크랩은 이날 간담회에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구축한 3가지 플랫폼도 공개했다. △포트폴리오사가 스파크랩의 운영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는 ‘AC 앱’ △포트폴리오사가 법률‧인사‧마케팅 등의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스파크랩 Q’ △투자자들이 각자 투자한 펀드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스파크랩 I’ 등이다.
김호민 대표는 “국내 AC가 총 372개사인데 스파크랩은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기술을 활용해 경쟁력을 높였다”며 “아날로그적으로 파편화된 정보를 플랫폼화함으로써 내부적으로 이용 편의성을 높이고, LP(출자자)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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