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 출고적체에 남아돈다…"정책적 목표 재설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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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우 기자
입력 2022-11-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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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전용전기차 ‘아이오닉5’ [사진=현대자동차]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이 지역마다 심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 한쪽은 보조금이 남아돌고 있으며, 한쪽은 보조금이 일찌감치 소진됐다. 이러한 상황은 보조금을 차량 출고순이나 신청서 접수순으로 지급하는 정부 방침과 대기기간이 1년 이상 걸리는 출고적체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올해 안에 지급되지 못한 보조금은 국고로 귀속돼 보조금을 못 받은 소비자들마다 불만이 쌓이고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6’ 출고 대기기간 18개월

5일 각 지자체의 전기차 보조금 현황에 따르면 6개 광역시를 포함한 29개 주요 시들 중 13개 지역(울산, 청주, 천안, 당진, 아산, 포항, 구미, 창원, 통영, 군산, 정읍, 나주, 순천)의 전기차 보조금이 소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나머지 지역은 전기차 보조금이 남았어도 집행이 원활치 않다. 구리시와 가평군 등 일부 지역은 보조금 지급이 절반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전기차 출고에 영향을 받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은 국비와 지방비로 구분되며 국비는 최대 700만원, 지방비는 최대 800만원이 각각 지급된다. 대다수 지자체가 차량 출고순으로 지급하고 있어 10일 내 출고가 가능한 차량만 보조금을 수령할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에 따르면 이달 기준으로 주요 전기차 모델은 평균 1년 이상의 대기기간이 필요하다. 현대차 ‘아이오닉5’는 12개월 이상, ‘아이오닉6’는 18개월 이상, ‘포터EV’는 12개월 이상, 제네시스 ‘GV60’ 12개월 이상, ‘GV70 전동화 모델’ 12개월 이상, ‘G80 전동화 모델’은 10개월이 걸린다. 기아 역시 ‘EV6’ 14개월 이상, ‘니로EV’ 10개월 이상, ‘봉고EV’ 10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출고적체는 완성차 제조사들마다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 수급난이 완벽히 해소되지 못하면서 생산 물량 증대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환율 추세에 따른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해외 물량 우선 배정도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전기차 보급 활성화라는 정부 취지가 무색하게 올해 배정한 보조금이 다 쓰이지 못하고 국고로 귀속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전기승용차 보조금을 대당 500만원으로 축소할 예정이라 내년에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혜택이 줄어들게 된다. 

이에 일부 소비자는 올해 남는 보조금을 국고로 귀속하지 말고 내년에 추가 반영하거나 대당 지원 금액을 현행과 같이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정부가 내년 전기차 보조금 개편 때 보조금 액수를 반드시 일원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조금은 지자체별로 천차만별이라 서울에서 아이오닉5를 구매하면 9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지만, 일부 지역은 같은 차종이라도 15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때문에 보조금을 많이 주는 지역에 부모나 친척 명의로 차를 구입하거나 위장 전입하는 부작용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주요국마다 보조금 폐지…산업 득실 명확히 따져봐야
 
한편에서는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의 산업적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히 제시하고 가야 한다는 조언이다. 단순히 탄소중립과 전기차 산업 활성화라는 명분을 내세우기보다 산업적 득실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 전기버스가 보조금 수혜를 발판 삼아 국내 전기버스 시장을 장악하는 등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가져간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서 드러난 것처럼 보조금 지급을 통해 전기차 공급망 패권 장악이 명확해졌다. 일찌감치 전기차 산업에 공을 들였던 중국은 자국 전기차 산업이 본궤도에 오르자마자 더 이상의 보조금 지급은 득이 아닌 실이라 보고 내년부터 보조금 지급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영국 역시 최근 보조금 지급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으며, 독일도 비교우위에 있는 내연기관차를 보호한다는 명분에 내년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대대적으로 축소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요국마다 보조금 득실을 따져보며 제도 손질에 나서는 와중에 우리 정부만 전기차 보급 활성화라는 막연한 정책 목표에 함몰돼 예산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며 “충전 인프라 구축과 부품 업계 지원 등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다방면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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