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으로 쉬었어요. 이런 상황(이태원 참사)에 사람 된 도리죠”
이태원 사고 현장과 같은 블록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강모씨(77·남)에게 휴점 이유를 묻자 돌아온 답이다. 그는 “지난 7일 동안 쉬어 일을 못 했다”며 “본격적으로 영업하기보다는 영업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짧은 빗자루로 바닥에 널린 은행 나뭇잎을 연신 쓸어내느라 굽은 그의 허리는 펴질 줄을 몰랐다.
오전 10시 10분께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현장과 같은 블록의 대로변에는 이곳저곳 바닥을 쓰는 소리가 들렸다. 강 씨와 마찬가지로 다른 상인들도 저마다 가게 앞 보행로에 쌓인 낙엽을 쓸어내고 있었다. 쇼윈도를 닦으며 영업준비에 한창인 상인의 모습에서 영업의 공백기를 느낄 수 있었다.
가게 앞을 청소 중인 한 상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그동안 일을 못해 할 일이 너무 많다”는 거절 의사가 돌아왔다. 그는 물을 뿌리며 바닥에 붙은 먼지까지 전부 쓸어내고 있었다. 정오께에는 대로변 13개 상가 중 2개를 제외한 점포가 문을 열고 손님을 맞았다.
"마음 같아선 휴점하고 싶지만...먹고는 살아야 하니까요"
사고 발생 다음 날(30일) 현장 상황을 전했던 업주가 운영하는 가게를 찾았다. 어떤 마음으로 휴점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종업원은 “가게 근처에서 그런 사고가 발생했는데 영업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자발적으로 휴업을 결정했다”라고 답했다. 이어 “마음 같아서는 지금도 휴점하고 싶지만, 생업이라 어쩔 수 없이 문을 열었다”고 현재 심정을 전했다. 또 “같은 자리에서 근무하기에 참사가 계속 생각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고 현장 뒤편 이태원세계음식거리에서 요식업을 하는 이의 반응도 이와 같았다. “현장을 목격했고 동네 주민으로서 애도하는 마음으로 휴점했다”며 휴점 배경을 밝힌 A씨는 “맘 같아서는 가게를 닫고 싶었지만 먹고는 살아야 해서 (가게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때 발길이 아예 끊겼던 곳으로, 한 곳이라도 문을 열어놔야 길목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손님이 거의 없을 걸 알면서도 영업을 준비 중”이라고 현재 심정을 밝혔다.
또 다른 업주 B씨도 “희생자 중 가게에 들렀던 손님들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문을 닫았다”며 “안타까운 마음이 여전하지만 계속 문을 닫아 놓을 수는 없어서 준비라도 하려고 문을 열었다”고 개점 이유를 털어놨다.
대로변과 달리, 뒤편 이태원세계음식거리의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했다. 위의 두 곳을 제외하면 문을 연 가게는 거의 없었고 유동 인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빛이 들지 않는 거리에는 적막이 감돌았다. 지난 5일자로 애도 기간은 끝났지만, 대부분의 상점 출입문 앞에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1월 5일 애도 기간까지 휴점합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이 그대로 붙어있었다.
이태원 세계음식 거리와 사고 현장을 잇는 부분에는 여전히 경찰이 주황색 폴리스라인을 치고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폴리스라인 건너편으로 가기 위해서는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 공간인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지나 크게 한 바퀴 둘러 가야 한다. 1번 출구는 추모객들이 헌화한 국화와 눈물을 훔치는 시민들로 둘러싸여 여전히 깊은 슬픔에 잠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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