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특수본, 전 용산서장·용산구청장 등 6명 입건...수사 윗선 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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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입력 2022-11-0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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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수본, 이임재·류미진·박희영 등 6명 직무유기·업무상 과실치사상 적용

  • 특수본 "행안부·서울시, 법령상 책무와 역할 법리검토...성역 없이 수사"

  • "직무유기, 근무지 이탈 등 엄격한 요건 충족해야...과실치사상 입증 가능"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을 수사하고 있는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특수본) 현판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찰청 마포청사 입구에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에 나선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용산경찰서·서울경찰청 112상황실의 부실 대응에서 나아가 소방당국, 용산구, 서울교통공사로까지 수사망을 넓히고 있다. 경찰·소방서장은 물론 구청장까지 일제히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경찰 지휘부와 서울시·행정안전부 등 윗선으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수본은 7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과 류미진 전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총경), 박희영 용산구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각각 직무유기,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를 적용해 입건했다고 밝혔다.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과 정보계장은 핼러윈을 앞두고 '이태원 안전관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작성한 내부 보고서를 참사 뒤 삭제한 혐의(직권남용, 증거인멸, 업무상 과실치사상)가 적용됐다.

특수본에 따르면 현장 총책임자인 이 전 서장은 지난달 29일 참사 당일 약 1시간 30분 동안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류 총경은 참사 당시 상황 관리를 총괄해야 함에도 이를 태만히 해 보고를 지연시킨 혐의를 받는다. 용산경찰서 정보과 과장과 계장은 축제 전 경력 지원이 필요하다는 정보 보고서를 묵살하고 참사 뒤에는 보고서 삭제와 회유를 한 의혹을 받고 있다. 정보과장과 계장 등은 작성자에게 '이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은 걸로 하자'며 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구청장과 관련해 특수본은 재난 책임 관리 기관의 장으로서 유관기관 협조 요청 등 사고 예방과 인파 밀집 예견 가능성 등을 파악했는지 등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했다. 특수본은 추후 용산구청에 대해 이태원 일대 인파 밀집이 예견 가능했는지와 사고 발생 전후 부서별 공무원들 처리 사항 등에 대해 수사할 예정이다.

특수본은 최 서장에 대해서는 당시 소방의 경찰 공동 대응과 119 현장 처리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했다. 사건 발생 전 접수된 경찰의 공동대응 요청과 119 신고 처리가 적절했는지 여부를 가리고 사고 당시 구조활동 내용 등을 수사할 방침이다.

서울교통공사에 대해선 참사 당일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가 가능했는지 등을 들여다본다. 특히 이태원역장과 용산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장 간 '무정차 운행' 요청 진실 공방을 수사하기 위해 특수본은 두 사람 휴대폰을 포렌식하고 있다.

수사 범위 확대로 윤희근 청장과 김광호 서울청장 등을 대상으로 한 수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청장의) 사고 당시 조치와 사전 대비 상황에 대한 적정성을 확인하고 있다"며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고 했다. 또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의 법령상 책무와 역할에 대해서도 법리적 검토 중"이라고 말해 '윗선' 수사 가능성도 내비쳤다.
 
법조계 "직무유기 성립요건 엄격···과실치사상 입증 가능할 듯"
법조계에서는 직무유기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이 전 서장 등에 대한 형사 처벌 가능성을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온다. 우선 직무유기 적용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직무유기는 공무원이 직무를 '거부'하거나 근무지를 '이탈'하는 등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성립한다.

검찰 출신 A변호사는 "직무 태만과 형법상 직무유기를 구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행위의 고의성"이라며 "직무를 유기한다는 것은 이를 '의식적으로 방임한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이 직무유기죄로 처벌받으려면 자신의 구체적 직무를 의도적으로 저버리는 수준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는 적용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는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더라도 적용될 수 있다. 최정규 변호사(원곡법률사무소)는 "사고 발생 2~3시간 전부터 경찰력 동원을 요청하는 신호들이 100건 넘게 접수됐다면 경찰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112신고 지침 등을 묵살한 공무원이 특정된다면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형사적 책임을 질 근거가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경찰 입장에서 압사를 예견할 수 없었다거나 112신고가 어느 정도 구체성이 있었는지 등에 따라 정반대 판단이 내려질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경찰 출신 변호사는 "경찰은 압사뿐만 아니라 온갖 사건 사고 범죄에 대응해야 하는 기관"이라며 "당시 근무 상황이 어땠는지도 봐야 하고 이 전 서장 입장에서 압사를 예견할 수 있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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