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자본증권의 조기상환권(콜옵션) 미행사 선언으로 자금시장에 충격을 줬던 흥국생명이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행사를 위한 자금은 환매조건부채권(RP)으로 마련한다.
7일 흥국생명은 오는 9일 콜옵션 행사일을 앞두고 "해외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흥국생명은 "이번 결정은 최근 조기상환 연기에 따른 금융 시장 혼란을 잠재우기 위함"이라며 "태광그룹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자본확충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콜옵션을 위한 자금은 주요 시중은행들로부터 조달한다. 시중은행들은 이르면 8일 흥국생명이 발행하는 RP를 매입해 자금을 조달해줄 예정이다.
앞서 흥국생명은 재무 건전성 보강을 위해 2017년 11월 발행한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콜옵션 행사 조건이 붙은 영구채다. 만기가 30년이지만 5년 경과 후 발행사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통상 시장에서는 5년물 회사채로 통용된다.
문제는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흥국생명이 콜옵션 행사를 위한 자금 수혈에 난항을 겪으면서 시작됐다. 글로벌 긴축 기조로 인해 채권금리가 치솟은 상황에서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 신뢰도 문제가 대두되자 자금 조달 자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흥국생명은 스텝업 조항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향후 6개월간 추가 이자율을 지급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추가 이자율은 콜옵션 만기일 이후 이자율결정기준일의 미국채 5년물 금리인 2.472%포인트(p)였다.
하지만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는 한국 채권시장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5년물로 여겨지는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국내 보험사의 자금조달 능력, 나아가 경영 상황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 것이다. 실제 흥국생명의 콜옵션 미행사 결정 이후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국내 회사 발행 외화표시 채권 가격이 급락하는 등 한국물에 대한 투자 심리가 크게 악화됐다.
흥국생명은 입장문에서 "현재 당사의 수익성 및 자금유동성, 재무건전성 등은 양호한 상황"이라며 "향후 추가적인 자본확충을 통해 자본안전성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사의 기존 결정으로 인해 야기된 금융시장의 혼란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앞으로도 시장 안정과 고객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각에서는 흥국생명의 콜옵션 행사 번복을 두고 금융당국의 개입설도 제기된다. 앞서 흥국생명이 금융당국과의 교감을 거쳐 콜옵션 미행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던 만큼 이번 입장 번복에도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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