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칼리드 알 팔리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 장관이 양국 간 투자 활성화에 대해 논의했다. 막대한 중동 오일머니를 국내 스타트업 투자로 유도하기 위한 작업에 본격 돌입한 모양새다. 사우디와 협력을 구체화하면서 K-스타트업 글로벌화를 이뤄낼지 주목된다.
이 장관은 1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알 팔리 장관과 면담했다. 이 장관은 “중기부는 한·사우디 비전2030위원회 중소기업분과에 참여하며 그간 다양한 협력을 해 왔는데 이번 만남을 계기로 기존 정책협력을 넘어 실질적인 협력사업을 함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트업 육성, 딥테크 개발, 디지털 전환 등에서 양국이 파트너가 되는 새로운 장이 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알 팔리 장관은 “사우디도 이제 스타트업 생태계가 커지고 있고 4년 사이 6배가량 커졌다”며 “한국도 스케일업을 하고 글로벌로 진출하고 싶은 기업이 많을 텐데 사우디를 플랫폼으로 삼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서만 사업을 하다가 글로벌로 확장하고자 하는 회사들이 사우디를 발판 삼아 나아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싶다”고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 의사를 내비쳤다.
이번 면담은 중기부가 지난달 친서를 가지고 사우디를 방문하면서 이뤄졌다. 중기부 측은 사우디 측에 스타트업 관련 협업 논의를 하면서 국내 스타트업 축제인 ‘컴업’에 초대 의사를 전했다. 이에 사우디 측이 참석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이번 방한이 성사됐다.
지난 9월 한·미 스타트업 서밋에서도 중동 오일머니 유치에 대한 언급이 나왔다. 이 장관은 당시 “중동에서 7조원 규모 펀드를 조성했고 한국에 투자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사우디가 콘텐츠에 과감하게 투자하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중기부는 스타트업 육성에 대한 양국의 높은 관심을 반영해 ‘컴업 2022’ 행사장에서 면담을 진행했다. 올해로 4회째인 컴업은 11일까지 DDP에서 계속된다.
◆ “한·사우디 공통 관심사는 조인트 펀드 조성”
사우디는 2016년부터 첨단·제조산업 육성을 위해 ‘비전2030’을 수립하고 산업구조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간 중기부는 한·사우디 비전2030위원회 내 중소기업분과에서 중소기업정책 교류, 모태펀드 운영정책 전수 등을 진행해 왔다.
면담에서는 한국벤처투자(KVIC), 사우디벤처캐피털(SVC) 등 양국 모태펀드 기관 간 공동 벤처펀드 조성을 통한 혁신 벤처·스타트업 생태계 교류와 공동 성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사우디아라비아 측에서 관심이 높은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분야 스타트업의 중동 진출을 위한 상호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의논했다.
양자 면담 이후 이 장관과 알 팔리 장관은 컴업 행사장을 함께 방문했다. 두 장관은 메타버스 아바타기업 갤럭시코퍼레이션과 증강현실(AR) 광학렌즈 전문기업 레티널, 프롭테크 기업 씨드앤, 현대자동차 등을 차례로 찾았다. 알 팔리 장관은 레티널 부스에서는 AR 글래스를 직접 착용해보기도 했다.
이 장관은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양국 공통 관심사는 조인트 펀드를 만들어 사우디와 한국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글로벌 생태계를 만들고 싶어한다는 것”이라며 “많은 프로그램을 구상해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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