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의왕·세종 등 해제지역 '환영'…서울·분당 '역차별' 상반된 반응
"금리는 계속 오르고 내년이면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하는데 거래가 되겠습니까? 서울 지역 투기과열지구 해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세금 등 '톱3 규제'를 싹 다 풀어도 과거와 같은 부동산 폭등기는 안 옵니다. 이번 대책 역시 알맹이가 없어 보여요."(서울 40대 직장인 A씨)
정부가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을 뺀 대부분을 규제 지역에서 해제했지만, 시장 반응은 미온적이다.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된 경기도 의왕, 안양, 동탄2 등은 일제히 환영했지만, 규제가 유지된 서울과 경기도 분당 등에서는 '역차별'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대책이 전반적으로는 핵심을 관통하지 못한 채 변죽만 울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이 여전히 규제지역에 묶여 있고, 금리상승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정책의 궁극적 목표인 시장 정상화는 요원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1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서울과 다주택자에게 해당되는 규제 완화가 없다 보니 서울, 특히 강남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투기과열지구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대출 규제를 아무리 풀어줘도 DSR 규제는 현존하기 때문에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금리 탓에 무슨 규제를 내놓아도 거래가 활성화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투기과열지구가 유지된 서울과 경기 과천, 분당·수정, 하남, 광명 등과 이번 대책에서 규제가 풀린 인천, 세종 등의 분위기는 크게 상반된다.
약 2년 5개월 만에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된 동탄2기 산척동 더샵레이크에듀타운 인근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 기존주택 처분기한이 늘어나고, 양도세, 종부세 등의 규제에서도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가수요를 촉발할 수 있다"면서 "최근 가격도 많이 조정됐기 때문에 이번 대책이 적체된 매물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S공인 대표는 "아무래도 규제가 풀린 만큼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금리 상승 때문에 지역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고 조정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기 신도시에서는 정부가 규제완화 대상지를 놓고 '지역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규제지역 지정·해제 여부는 직전 3개월 집값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1.3배를 넘는 '정량적' 요건과 청약경쟁률·미분양·개발 기대감 등을 포함한 '정성적' 요건을 따진다. 최근 집값이 급락하고 물가는 치솟으면서 사실상 대부분의 지역이 해제를 위한 정량요건을 충족했다.
안양시 평촌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규제완화요건에 충족된다면 원칙대로 푸는 게 맞다"면서 "정부가 규제완화지역을 편파적으로 판정해 상급지와 하급지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기 신도시를 분당과 그 외 하급지로 갈라놓은 것"이라면서 "지금은 거래정상화를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성남시 분당구 까치마을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분당도 집값이 많이 하락했는데 이번 규제완화 지역에서 빠지게 된 건 유감"이라며 "정부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장 분위기가 집값 하락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당분간은 빙하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 영향은) 일부 급급매 물량만 소폭 정리되는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도 이 같은 핀셋 처방은 역차별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A씨는 "이사를 가고 싶어도 대출규제와 실거주, 양도세, 취등록세 등 고려해야 할 규제가 많다 보니 손발이 꽁꽁 묶인 상황"이라며 "집값이 계속 하락해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서울만 규제가 유지되면 가뜩이나 위축된 수요가 더 말라버릴까 봐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강동구 고덕동 그라시움 인근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지금과 같이 계속해서 집값이 떨어진다면 서울도 규제를 풀어줘야 할 것"이라면서 "시장 경착륙은 이미 진행 중이고, 부동산은 한번 방향을 돌리면 침체기가 2~3년은 지속되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거래 침체가 워낙 심각한 상황이라 금리 인하 말고는 '백약이 무효'라는 분석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의 10월 아파트 매매 건수는 418건에 불과하다. 신고 기간이 남아 있다고 해도 전년 동월 2195건 대비 약 81% 거래가 감소했다.
윤 대통령 "국민 경제·이익 걸려 있어 동남아 순방 결정"
윤석열 대통령이 11일부터 16일까지 아세안(ASEAN)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위해 동남아 순방에 나선 당위성에 대해 “우리 국민들의 경제적 활동과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이태원 참사 이후 13일 만의 도어스테핑(약식회견)을 통해서다.
윤 대통령은 10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약식회견에서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와 유가족, 아직도 그 충격과 슬픔에서 힘들어하시는 국민을 두고 외교 순방 행사에 참석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지만, 워낙 우리 국민들의 경제 활동과 이익이 걸린 중요한 행사라 힘들지만 순방을 가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아세안은 동남아 국가들의 연합체이고 많은 경제 강국을 비롯한 국가들이 아세안의 중심성이라고 하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관심을 집중시키는 그런 지역”이라고 설명하며, “전 세계 물동량 50%가 아세안 지역에서 움직이고 수만 개의 우리 기업이 투자를 하고, 경제 전쟁과 경쟁을 치르고 있는 지역”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 우리 기업들의 이런 경제 활동을 든든하게 뒷받침 해주기 위해 회의 참석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한 “많은 나라들이 인도태평양 전략들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며 “저도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자유·평화·번영에 기초한 우리나라의 인도·태평양 전략 원칙을 발표하고, 우리의 새로운 대(對)아세안 정책, 즉 ‘한·아세안 연대 구상’을 발표하게 된다”고 부연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등 주요국 정상들과의 회담도 추진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미·일 정상회담이 확정됐다”면서 “몇 가지 양자회담이 확정 됐거나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미·일 정상회담은 지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순방 이후 5개월 만으로 한·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윤 대통령은 “다자회의에서 양자회담은 미리 확정되는 경우도 있고 다자회의 진행 중에 갑자기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거니와, 검토되다가 여러가지 사정상 변경되는 경우도 있다”며 변경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어 “마지막 날 하루는 일정을 좀 줄여서 G20(정상회의)은 이틀만 참석을 하고 밤늦게 귀국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태원 참사로 인해 당초 순방 계획보다 일정을 조금 줄인 것으로 읽힌다.
한편 대통령실이 전날 MBC 기자들을 상대로 이번 순방 ‘전용기 탑승 불허’를 공지한 것과 관련, 윤 대통령은 “많은 국민들의 세금을 써가며 해외순방을 하는 것은 그것이 중요한 국익이 걸려있기 때문”이라며 “기자 여러분께도 외교안보 이슈에 대해 취재편의 그런 차원에서 받아들여 달라”고 말했다.
지난 8일 대통령실 국정감사 도중 불거진 ‘웃기고 있네’ 메모 논란과 관련,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관련 조치를 묻는 말에 “국회에 출석한 정부 위원 관련해 많은 일들 있지 않았나”라며 “종합적으로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고 사실상 참모를 감쌌다.
야권 일각에서 요청하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요구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과거에도 우리가 많은 인명피해와 희생자가 발생한 사건사고에서 과학수사와 강제수사에 기반한 수사기관의 신속한 진상규명을 국민 모두가 바란다”며 “일단 경찰 수사, 송치 후 신속한 검찰 수사에 의한 진상규명을 국민이 더 바란다”고 말했다.
'MBC 전용기 탑승 불허'에 여야 설전…"언론자유 탄압" vs "편파왜곡 방송이 언론인가"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출국을 앞두고 MBC 기자들의 전용기 탑승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여야가 강하게 충돌했다.
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전 열린 전체회의에서 설전을 이어갔다. 당초 이날 회의는 내년도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 법안 상정 등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우선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이번 결정은 언론자유에 대한 탄압"이라며 "공영방송은 과방위 소관으로 특정 언론에 대한 차별 행위 또는 알 권리에 대한 방해가 벌어졌을 때 논의가 이뤄져야 하며 상임위 차원의 적절한 견해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도 "전용기를 마치 대통령의 사유물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과거 독재정권에선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특정 언론사에 이러한 제재를 가한 것은 본 적이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대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에 유리한 편파왜곡 방송을 해온 MBC를 두고 언론이라고 칭하는 것이 맞냐"며 "MBC의 보도행태를 보면 과연 언론이라고 규정하는 게 맞는지, 언론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맞섰다.
권 의원은 "MBC는 과거 대선후보 시절, 이재명 후보에겐 유리하게 보도하면서 윤석열 후보에겐 불리하게 보도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여야의 공방에 정청래 과방위원장은 "MBC에 대해 대통령 전용기에 못 타게 한 것은 MBC의 취재활동을 방해한 것이 사실이지 않냐"며 "MBC로선 전용기에서 열리는 기자간담회에 참여하지 못하는 등 홀로 낙종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당연히 불이익을 받는 것으로 언론자유의 침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전용기를 태워줘라”는 문구를 자신의 스마트폰에 크게 적고, 배석 자리 상단에 설치해 눈길을 끌었다. 전 의원 본인의 실명인 '전용기' 명패와 나란히 보여준 것도 주목됐다.
이날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정우택 국회부의장 선출 및 북한 탄도미사일 중단 촉구 결의안 등을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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