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은 피했다."
유제품 전문기업 푸르밀이 이달 말로 예고했던 사업 종료를 전격 철회하면서 급한 불을 껐다. 그러나 인적 구조조정 과정부터 거래처 신뢰 회복까지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아 사업 정상화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푸르밀이 지난 10일 전격적으로 사업 종료 철회를 발표한 뒤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달 17일 돌연 유(乳)사업을 접겠다고 선언한 지 25일 만에 푸르밀 사태는 봉합 국면으로 접어든 모습이다. 4차에 걸친 노사가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지만 최종적으로 오너 일가의 결단이 크게 작용했다.
신 전 회장이 사재를 얼마나 투입할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십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인적 구조조정 비율은 전체 중 30%로 정해졌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푸르밀 임직원은 400여 명이다. 우선 푸르밀은 임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기로 했다. 생산직 중심으로 구성된 노동조합은 10~14일 희망퇴직자를 모집한다고 공고한 상태다. 대상은 만 3년 이상 근속한 직원이다.
노조 측이 제시한 위로금이 당초 사측이 공지한 금액보다 상향 조정됐다. 이는 노사 간 합의로 정해진 금액이며 일반직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당초 사측은 근속연수에 관계 없이 위로금으로 두 달치 급여가 지급된다고 공지해 직원 반발을 샀다.
노조가 공지한 희망퇴직 모집공고안에 따르면 만 3~10년 근속한 근로자는 위로금으로 평균 월급여 5개월치가 지급된다. 만 10~25년은 6개월치, 만 25년 이상은 7개월치가 차등으로 지급된다.
만약 희망 퇴직자 수가 감원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면 권고사직 방식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방침이다. 권고사직 대상에게는 일괄적으로 4개월분 위로금이 지급될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권고사직이 정리해고 수순 아니냐며 직원들이 반발할 여지가 있는 만큼 현재로선 법적 다툼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리점과 농가 등 거래처 신뢰 회복도 관건이다. 푸르밀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대폭 줄일 계획이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는 식으로 사업 효율화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마트 등 유통업체 자체브랜드(PB) 사업을 축소하고 대리점 유통 물량 확보에 집중한다는 방침인데 대리점 측에서 반발하고 있다. PB 제품이 줄면 납품처와 매출이 감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재 대리점 대표단과 본사가 이 사안에 대해 논의 중이지만 여전히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본사와 대리점이 합의를 이루기까지 시일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푸르밀 관계자는 "대주주인 신 전 회장의 지원 용단으로 사업 종료를 철회할 수 있었다"면서 "대리점과 납품 재개, 대리점과 직원 신뢰 형성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일단 사업 종료 철회 발표를 했고 이제부터 사업 정상화를 위한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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