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기업어음(ABCP) 안정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50조원 이상의 긴급 시장안정대책에 이어 3조원에 달하는 추가대책을 내놨다. 향후에는 지원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A2등급 PF ABCP를 중심으로 한 2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 대책을 내놨다. 앞서 지난달 긴급 시장안정대책으로 50조원 이상 비용을 투입했지만 단기자금시장 경색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형 증권사 9곳이 출연해 만든 ‘제2채안펀드’에 산업은행과 한국증권금융 자금을 더해 총 1조8000억원의 자금을 조성, A2등급 PF ABCP를 우선 매입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건설사 보증 PF ABCP도 기존 산은 및 신용보증기금 기업어음(CP) 매입프로그램을 활용해 1조원 이상을 지원하기로 했다.
A2등급 이하 ABCP는 발행잔액은 1조5000억원에 불과하지만 우량물(A1)을 비롯한 전체적인 단기자금시장 불안을 지속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번 지원 규모는 A2등급 PF ABCP 잔액보다 많다.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가 분류한 A2등급 CP 증권사는 △다올투자증권 △SK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한양증권 △케이프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부국증권 등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추가지원 대책을 통해 A2등급뿐만 아니라 연말 자금시장 유동성 부족으로 차환에 난항을 겪을 수 있는 일부 A1등급까지 지원대상에 포함시켰다. 이에 이후 A3등급으로 지원대상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PF ABCP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여력이 확보되는 대로 지원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A2등급 PF ABCP를 최우선으로 지원하고 여유가 되면 A1등급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A3등급도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가 아니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자금유동성을 경색시킨 부동산 PF ABCP는 대규모 사업자금이 필요한 부동산 개발업자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다. 만기가 1~3개월로 짧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신규어음을 발행해 기존 어음을 갚는 방식(차환)으로 만기를 연장한다.
금융당국이 증권사를 대상으로 유동성 지원에 나선 건 부동산 PF ABC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증권사가 신용보강을 한 PF ABCP 발행잔액은 20조2867억원이다. 주로 대형증권사가 보증한 A1 등급의 PF ABCP는 증권사들이 직접 어음인수에 나서며 우려가 줄어들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A2 등급 PF ABCP가 안정화되면 증권사가 보증한 전체 ABCP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며 “나아가 증권사 발행 일반 CP 시장 교란까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3일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통해 50조원 이상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20조원, 회사채 및 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원, 주택사업자 보증지원 등이 포함됐다. 이어 같은달 27일에는 한국은행이 증권사, 증권금융 대상 6조원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방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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