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권정은·홍혜리 원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게 된 계기는.
홍혜리: "국내 인터넷 포털 특성상 특정 사이트의 검색 엔진시장이 발달했다. 문제는 이용자들 간 질의응답(Q&A)이 활성화되다 보니 민간요법 등 잘못된 정보가 실제 치료법인 것처럼 온라인 상에 퍼지게 된다는 점이다. 유튜브 채널을 시작한 2019년 당시 의학 전문지식을 제공하는 대형 채널은 두 세개 밖에 없었다. 제대로된 의학 지식을 알려주자는 취지에서 우리동산 채널을 운영하게 됐다. 사실 당시에는 채널 구독자 수가 이 정도로 많아질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웃음)"
홍혜리: "발 넓고 추진력 있는 추 원장에 유튜브 콘텐츠를 같이 만들어보자고 먼저 제의했다. 정말 좋다면서 하자고 하더라. 3명 나오는 구도가 좋을 것 같아 권 원장도 영입했다. 권 원장은 전임의·봉직의(페이닥터) 시절을 같이 보낸 가장 친한 동기 중 한 명이다. 유튜브 채널 개설 이후 셋이 함께 병원을 개업·운영하게 됐다. 평상시에 진료 관련 얘기를 많이 나누게 되니 콘텐츠 아이디어도 많이 나온다.
-채널 운영 3년차를 맞이했다. 그간 어떤 변화가 있었나. 채널 수익성이 어느 정도인지도 궁금한데.
홍혜리: "사실 우리가 얻는 (광고) 수익은 크지 않다. 영상 조회 수가 많이 나와야 하는데… (우리동산은) 의학 정보를 제공하는 콘텐츠다 보니 아무리 재밌어도 이용자가 한 개 영상을 10번 넘게 보진 않는다. 개그 프로그램의 경우는 반복 재생하기도 하는 반면, 의학 콘텐츠는 필요한 정보가 담긴 영상을 때마다 찾아 보는 경향이 높아서다."
권정은: "우리 채널은 광고를 전혀 하지 않는 '노 피피엘(PPL·간접광고)' 기조로 운영되고 있다. 간혹 수익금 기부를 위해 PPL을 하는 경우는 있다. 이 모델도 실질적으로 보면 우리에게 돌아오는 수익은 거의 없다."
홍혜리: "채널 운영 이후 병원에 처음 내원하는 환자가 더 편안한 마음으로 방문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초면인 분들이 구면인 것처럼 말씀하셔서 처음에는 살짝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고 오히려 편하다.(웃음)"
권정은: "맞다. 오히려 더 편하다. 진료 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보다는 더 잘 받아들여 주시는 것 같다."
홍혜리: "(유튜브 영상 속) 간접광고를 하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신뢰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써보지 않은 질 세정제나 복용해보지 않은 질 유산균 등 제품·식품을 홍보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 채널의 방향성과 맞지 않는다. 더 투명하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노 PPL 기조로 운영하게 됐다."
-육아에 본업과 유튜버 활동까지 바쁘게 지내고 있는데.
홍혜리: "성향상 일을 꼭 해야하는 사람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데 두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일을 해야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계속 인지시켰다. (아이들을 자주 볼 수 없어) 마음이 아프긴 하지만, 아이들이 크면 엄마를 자랑스러워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렇게 자기암시하고 있다.(웃음) 양가 부모님이 두 아이 양육에 애써주셔서 감사하다."
권정은: "휴직하고 두 딸 아이와 함께 보낸 시기가 좀 길었는데 이때 서로 오래 붙어있었다. 지금은 그 시기를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는 것 같다. 주중에 두 딸을 볼 시간이 없어 미안한 마음도 있다. 그래도 엄마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이면 딸들도 이를 보고 배울 점이 있지 않을까. 본인이 원하는 커리어를 스스로 찾고 이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귀감이 됐으면 좋겠다."
-유튜버로서 어떨 때 보람을 느끼나.
홍혜리: "우리동산 콘텐츠가 공익적인 목적으로 쓰일때다. 교수님들이 (우리동산) 유튜브 잘 보고 있다고 말씀해주신다. 폐경학회장님을 모셔 촬영한 콘텐츠는 학회에서 QR코드로 배포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의료인들이 콘텐츠를 보고 도움이 됐다는 댓글을 봤을때 보람을 크게 느낀다."
권정은: "의사들도 (우리동산을) 많이 참고한다고 하더라. 산부인과 의사나 간호학과 학생, 의대생들이 콘텐츠를 통해 많이 배우고 있다는 댓글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한 개 영상이 나오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소요되나.
홍혜리: "채널 운영 초기에는 영상 기획과 촬영, 편집까지 모두 가내수공업으로 진행했다. 본업과 함께 하려니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이에 2년 전 영상 편집자 한 명을 정식 직원으로 채용해 콘텐츠를 함께 제작하고 있다. 영상 콘텐츠 완성본이 나오기까지 일주일 정도 걸린다."
-우리동산 채널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
권정은: "정확성이다. 최대한 정확한 최신 정보를 담으려고 노력한다. 의료 정보도 새 연구 논문이 나올 때마다 계속 바뀌기 마련인데, (우리동산은) 객관화된 통계를 찾아보고 최신 학회에서 나온 내용을 직접 공부해서 영상을 만든다. 당당하게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이다."
홍혜리: "또 한 가지 자랑하고 싶은건 우리동산을 계기로 '우리동네 유니버스'가 만들어졌다는 거다. 유튜브를 준비 중이라는 동료 의사들로부터 연락을 많이 받았다. 그들이 원하면 '우리동네' 명칭을 유튜브 채널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줬다. 이에 '우리동네 난임전문의' '우리동네 유방이야기' '우리동네 어린이병원' '우리동네신경외과' 등 자매 채널이 생기게 됐다. 이름을 공유한 것 외에 해드린 건 없지만, 그래도 우리동산 채널이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친 것 같아 뿌듯하다."
-유튜버가 되려는 의사 후배들을 위해 조언 한마디 한다면.
홍혜리: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게 중요하다. 영상 촬영을 위한 세팅부터 촬영, 편집, 피드백까지 하나의 콘텐츠를 만드는 건 인력 집약적인 일이다.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또 유튜브를 하면 의사 직업 특성상 광고 등 유혹이 많아진다. 외압에 흔들리지 않았으면 한다."
권정은: "어떤 콘셉트로 정할지 잘 고민해보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길 바란다. 일단 콘텐츠가 재밌어야 사람들이 찾아 보기 때문이다. 재미도 꼭 고려해야 할 요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