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영업이익 ‘1조 클럽’이 지난해 대비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올 들어 거래대금 축소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 증시 활황으로 1조 클럽에 입성한 대다수 증권사의 이탈로 인한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22년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과 메리츠증권 두 곳뿐이다.
미래에셋증권은 3분기 누적 영업이익 7558억원을 기록해 1조원까지 2442억원을 남겨뒀다. 희망적인 부분은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및 자산관리(WM) 수수료를 중심으로 실적 개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이다.
또한 부동산 PF발 유동성 위기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미래에셋증권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는 1조8000억원 수준이다. 11조원에 달하는 자기자본에 비하면 6% 안팎에 불과한 규모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은) 채무보증보다 에쿼티성 투자를 중점적으로 확대했다”며 “채무보증 수수료 이익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분배금과 배당금 수익이 꾸준히 유입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기자본이익률(ROE) 흐름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은 8234억원으로 4분기에 영업이익 1766억원만 넘기면 1조 클럽에 신규 진입하게 된다.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한 만큼 진입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앞서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같은 해 연간 누적 영업이익이 9489억원에 그쳐 고배를 마셨다.
다만 자본시장을 둘러싼 상황을 감안하면 미래에셋증권과 메리츠증권도 1조 클럽 입성이 순탄치 않을 가능성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가 2011억~2100억원 수준으로 남은 2442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특히 3분기에는 CJ CGV 전환사채 인수 관련 평가손실이 반영되는 등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2.3% 줄어든 1498억원에 그쳤다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이 밖에 지난해 증권사 1조 클럽에 진입했던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은 올해는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이 버거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증권사의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한국투자증권 5050억원 △NH투자증권 3845억원 △삼성증권 5510억원 △키움증권 5197억원 등이다. 전년 동기 대비 약 43~64% 줄어든 수준이다.
앞서 지난해 3분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은 각각 누적 영업이익 1조628억원, 1조601억원, 1조1182억원을 달성하며 일찌감치 1조 클럽을 확정 지었다. 당시 키움증권도 9606억원을 기록하며 사실상 1조 클럽에 편입됐다.
이처럼 실적이 악화된 건 지난해 실적을 견인했던 증시 거래대금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코스피 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7조5864억원에 불과해 전년 동기(11조7178억원) 대비 35.26% 줄었다. 최근에는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고, 금리 인상 기조와 함께 부동산 PF 신규 딜이 감소하는 등 수익원 창출도 요원해졌다. 더불어 유동성 위기까지 겹친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대형사들은 변동성이 높아진 시장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보수적인 영업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며 “상반기보다 수익성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