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가 파행을 빚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행안위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에서 단독으로 전액 삭감 의결한 내년도 경찰국 예산안 상정 여부를 두고 여야가 설전을 벌인 탓이다.
민주당은 경찰국 예산안을 포함해 예산소위에서 의결된 예산안들을 회의에 상정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에 대해 예산으로 저주하는 것"이라며 "절대 상정해서는 안 된다"고 맞섰다.
앞서 행안위 예산소위는 내년도 경찰국에 배정된 기본 경비 2억900만원과 인건비 3억9400만원을 전액 감액해 의결한 바 있다.
민주당 행안위 간사인 김교흥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국회법에 따라 의결을 거친 예산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김철민 의원도 "경찰국 예산을 지키기 위해 다른 수많은 예산의 상정을 포기한다는 것은 국회의 의무를 저버린 게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의힘 간사 이만희 의원은 "합의·협치나 국회의 여러 소위의 기본적인 전통들이 깡그리 무시된, 다수의 힘으로 강행된 예산안"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웅 의원 역시 "소위 표결이 위원들의 권한이라며 강행했다면 예산안을 상정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위원장의 권한"이라며 강조했다.
여야 견해차가 뚜렷한 상황 속 회의장 곳곳에서는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이성만 민주당 의원은 "우리는 경찰국을 법적·논리적으로 인정 못 한다"며 "인정 못 하는 조직에 어떻게 예산을 붙여주느냐"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경찰국 예산 삭감은) 감정에 찬 '예산 갑질'이다. 이런 야당은 처음 본다"며 "치졸하다 못해 비루하다"고 지적했다.
이채익 행안위원장은 위원장석 앞에서 양당 간사가 말싸움을 벌이자 결국 회의 시작 40여분만에 정회를 선포했다.
1시간 50여분의 정회 끝에 회의를 속개한 이 위원장은 "내일(17일) 오후 2시에 (예산안과 관련한) 전체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예산안 상정이 원만하게 될 수 있도록 수정사항에 대해서는 여야가 계속 깊이 있는 협의를 해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양당은 오는 17일 전체회의 전까지 논의를 지속할 계획이다. 하지만 양당 핵심 정책의 전액 삭감과 복구가 교차하고 있기 때문에 이견 조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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