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저를 찍어왔던 김영호 사진 기자가 저를 보고 무대 위에서 불같다고 하더라구요. 그런 의미를 담아 ‘화녀(火女)’를 제작했습니다.”
60여 년의 연기 인생을 불꽃과 같은 열정으로 살아온 한국 연극계의 상징적 존재인 배우 박정자가 자신의 대체 불가 토큰(Non-Fungible Token)인 '화녀'를 소개했다.
실제 무대에서는 연출하기 힘든 장면은 NFT를 통해 또 다른 예술로 강렬하게 피어났다. 배우의 본질을 타오르는 불의 이미지로 표현한 작품은 짧았지만 긴 여운을 남겼다.
'서울예술인 NFT'는 서울문화재단이 미술이나 대중문화와 비교하면 NFT 시장 진입이 어려운 연극·무용·전통예술·음악 등 공연예술 분야의 예술가들에게 NFT 제작 및 유통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서울문화재단이 올해 1월 발표한 '2022년 10대 혁신안' 중 하나로 제시됐다. 선정된 서른 명의 예술가들에게 NFT 제작 비용과 NFT 플랫폼 메타갤럭시아를 통한 유통까지 지원한다.
김희영 서울문화재단 제휴협력팀장은 16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쿼드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30팀에게 500만원 씩 총 1억5000만원을 제작비용으로 지원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공개된 NFT 30종에는 각 예술가의 정체성이 영상, 모션 그래픽, 음악 등으로 담겼다.
박정자 이외에도 파리오페라발레단 솔리스트 출신의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김용걸 교수, 현대무용가 차진엽, 발레리나 김지영, 배우 김명곤, 남명렬, 소리꾼 민은경, 사물놀이 명인 이광수, 베이스 연광철 등의 NFT가 공개됐다.
예술인들은 NFT에서 더욱 자유로웠다. “NFT는 잘 모른다”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지만, 작품에 자신이 가진 예술적 영감을 녹여냈다.
김용걸 교수는 공중에서 부유하고 있는 무용가의 이미지를, 발레리나 김지영은 타이트한 발레 의상을 벗었을 때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의 흔적들을 담아냈다.
대표작 '원형하는 몸'을 모티브로 그의 작업의 중심인 몸, 여성, 원형에 관한 의미를 물을 통해 표현한 NFT 작품을 선보인 현대무용가 차진엽은 "무용은 사라지기 때문에 기록에 남기기 어려운 장르다. 평소 관심이 많았던 NFT 작품을 시도해볼 수 있어서 뜻깊다"라며 "영구적으로 남는 디지털 아트를 통해 기록될 수 있어서 좋다"라고 말했다.
해당 NFT 작품들은 오는 18일부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마다 4개 작품씩 메타갤럭시아를 통해 순차적으로 발행된다. 1차 판매가는 30만원으로 예술가별로 NFT 50개를 한정 판매한다. 플랫폼 수수료를 제외한 판매 수익금 전체는 예술가에게 전달된다. 첫 시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판매가 이뤄질지가 관건이다.
이창기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는 “기초예술분야 예술인의 또 다른 자생력 확보를 위해 추진된 이번 사업에 적극 참여해주신 예술인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라며, “민간에서 예술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다. 예술가가 미래 예술에 관한 도전과 영감을 충분히 얻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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