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파산 여파가 가상화폐 업계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 FTX에 자금이 묶인 가상화폐 대부업체 제네시스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인 제미니마저 위태위태한 양상이다. FTX에서 시작된 여진이 제네시스, 제미니, 크립토닷컴, 블록파이 등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FTX가 촉발한 가상화폐 유동성 위기가 제네시스, 제미니 등으로 퍼지면서 관련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제네시스는 이날 유동성을 초과하는 인출 요청에 직면하며 신규 대출 및 환매를 중단했다. 사실상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을 막기 위해 영업 문을 닫은 것이다. 제네시스는 고객이 가상화폐를 빌려주면 최대 10%에 달하는 이자 수익률을 제공하거나, 헤지펀드 등 기관에 디지털 코인을 빌려준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제네시스의 대출 규모는 28억 달러에 달한다.
FTX에 묶여있는 제네시스의 자금은 1억7500만달러(2300억원)로, FTX 파산으로 인해 자금경색에 빠진 상태이다. 문제는 제네시스의 위기가 세계 6위(거래량 기준) 가상화폐 거래소 제미니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버드대 출신의 윙클보스 쌍둥이 형제가 설립한 제미니는 제네시스와 함께 고객이 가상화폐를 맡기면 이자를 주는 ‘제미니 언’을 운영한다. 제미니는 이날 고객들에게 제미니 언 이용자의 자금 상황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제네시스가 관련 영업을 중단하면서 제미니 언도 서비스 제공이 어려워진 것이다.
제미니는 “이는 제미니 제품 및 서비스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제미니 거래소에 보유하고 있는 모든 고객의 자금은 언제든 출금이 가능하다”며 뱅크런 불길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제네시스의 또 다른 파트너인 가상화폐 거래소 루노도 고객들의 자산이 안전하다고 강조하며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애썼다.
FT는 “제네시스는 FTX의 실패에 대한 가장 최근의 징후”라며 “FTX 사태가 크립토 산업 전반에 충격을 가하고 있다”고 짚었다.
시장은 제네시스의 모회사인 디지털커런시그룹(DCG)도 주목했다. 억만장자 배리 실퍼트가 지난 2015년 설립한 DCG는 이날 “FTX 파산으로 인한 극심한 시장 혼란과 함께 업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인출 중단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DCG는 제네시스에 1억4000만 달러를 투입하기로 하는 등 제네시스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이다. 제네시스는 이미 지난 7월 가상화폐 투자 헤지펀드인 쓰리애로우캐피털이 파산하면서 한 차례 타격을 입은 바 있다. 법원에 제출된 서류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쓰리애로우캐피털에 약 24억 달러를 빌려줬다. 제네시스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지난 8월 전체 직원 중 20%를 해고하는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으나, 예기치 못한 ‘FTX 타격’에 벼랑 끝에 몰리게 됐다.
블록파이도 위태롭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TX에 상당한 금액이 노출된 블록파이가 파산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외 가상화폐 헤지펀드 갈루아 캐피탈과 가상화폐 채굴업자들도 타격을 받았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짚었다.
미국 하원은 FTX 파산과 관련해 내달 중 청문회를 열 계획이다. 금융서비스위원회는 이 청문회에서 FTX 창업자인 뱅크먼 프리드를 비롯해 계열사 알라메다 리서치,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등의 경영진을 불러 이번 사태에 대한 증언을 청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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