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보험사에 대한 '1사 1라이선스' 허가정책을 유연화하기로 하면서, 기존 보험사가 펫보험, 소액·단순보상 보험 등 전문분야에 특화된 보험 자회사를 둘 수 있게 됐다. 이를 두고 단순 '치킨게임' 식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사실상 저가 상품들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데, 소액 보험료로 큰 수익성을 창출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금융위원회는 20일 '보험분야 규제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보험사들의 '1사 1라이선스 유연화' 정책을 포함시켰다. 보험그룹 내 기존 보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도, 펫보험 등 상품별 특화 보험사의 추가 진입 시 이를 전향적으로 허가한다는 방침이다. 상품별 특화 보험사는 소액단기전문보험사(보험기간 1년, 보험금 상한 5000만원의 미니보험 취급) 또는 기존 종합보험사와 상품종목을 분리한 단종보험사 등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부실사 난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을 선도할 특화 보험사의 진입을 촉진해 시장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취지나, 시장에서 얼마나 큰 경쟁력을 발휘할지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특화 보험사의 경우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 제한적이라 미니보험 상품을 다룰 공산이 큰데, 소액 보험료로 손해율을 감당하면서 이득을 보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선 국내 디지털 보험 자회사들의 부진을 일례로 들고 있다. 교보생명의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은 지난 2013년 출범 이후 매년 순손실만 기록 중이다. 현재까지 손실액만 1401억원에 달한다. 한화손해보험의 자회사인 캐롯손해보험도 지난 2019년 10월 출범 이후 순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0년 381억원을, 지난해에는 2배 가까이 늘어난 64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하나금융에 편입돼 지난 2020년 6월 출범한 하나손해보험은 지난해 207억원의 순익을 내며 반등에 성공하는 듯했으나, 올해 들어 1분기 89억원, 2분기 122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다시금 적자세로 돌아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 보험사들이 인터넷 자회사 혹은 DIY(Do It Yourself)상품을 통해 펫·레저·여행 등 실생활 소액단기보험을 이미 개발해 판매 중이다. 특화사들의 비슷한 상품군이 업계 큰 파급력을 가져올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아울러 보험업을 영위하기 위해선 전산시스템, 보상망, 상품 개발 등등 기본 운영 인프라 및 유지 비용이 필요한데, 이 역시도 특화사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빅테크들의 유입 가능성도 커져, 관련 시장의 잠식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빅테크 계열 보험사들의 특화사 설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이 온라인 플랫폼의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허용한 상황 속에서 관련 보험사까지 설립될 경우 전통적 보험권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