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옥죄는 인플레…'잔인한' 블랙프라이데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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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2-11-21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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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모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올해는 ‘잔인한 블랙프라이데이(이하 블프)’가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최악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면서, 미 유통업계가 간절히 기다린 연말 쇼핑 시즌이 악몽이 될 수 있다는 비관론이다.
 
20일(현지시간) 마켓워치,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이번주 25일 블프를 앞둔 가운데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블프란 미국에서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금요일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때부터 크리스마스와 새해 시즌까지 진행되는 쇼핑 시즌 기간 중에 유통업계는 재고 소진을 위해 대대적인 할인에 나선다. 소비자들 역시 이에 발맞춰 통 큰 지출을 하며 유통업체들이 매상을 단번에 만회하곤 하지만, 올해는 블프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연말을 앞두고 미국 대형 유통업체들은 암울한 전망을 제시했다. 브라이언 코넬 타깃 최고경영자(CEO)는 "인플레이션, 금리, 경제 불확실성에 고객들의 지출이 영향을 받고 있다"며 4분기에도 전망이 어둡다고 밝혔다. 아마존 역시 이번 연휴 기간 판매가 매우 부진할 것으로 예측했다. 연말 연휴 쇼핑 시즌은 아마존이 직원 수를 늘릴 정도로 돈을 쓸어 담는 시기로 통하지만, 이번엔 그럴 가능성이 작은 것이다.
 
콜스와 월마트는 짙은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렵다며 4분기 실적에 대해 관망 자세를 취했다.
 
유통업계의 표정이 굳어진 배경은 인플레이션이다. 미시간대는 지난 6개월간 가계 심리가 금융시스템이 붕괴했던 2008년 말~2009년 초와 유사하다고 추정했다. 고물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초긴축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체감 경기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유사한 것이다.
 
골드만삭스가 미국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이번 휴가 시즌에 작년보다 지출을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생활비 부족이 이유다. 미 인구조사국의 10월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1%가 생활비 충당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1년 전만 해도 29% 수준이었다.
 
각종 경제지표는 어둡다. 미국의 10월 소매 판매가 전월보다 1.3% 늘며 최근 8개월 이래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보였지만, 백화점 판매와 스포츠용품, 의류 및 가전제품 판매는 부진했다.
 
임금 상승 속도는 물가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10월 임금은 전년 동월보다 4.7%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해당 상승률이 5% 미만을 기록한 것은 1년여 만이다.
 
소비자들은 생활비를 신용카드에 의존하는 모습이다. 뉴욕연방준비은행(연은)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총 가계 부채는 올해 3분기 3510억 달러(2.2%) 늘어난 16조5100억 달러다. 이는 분기 기준으로 역대급 증가율로, 모기지(주택담보대출)와 신용카드 잔액이 크게 늘었다. 반면 9월 개인 저축률은 3.1%를 기록했다. 개인 저축률이 4% 미만을 나타낸 것은 2008년 이후로는 극히 드물다.
 
SW리테일 어드바이저스의 사장인 스테이시 위드리츠는 “소비자들이 제품 구매에 주의를 기울고 있다”며 “이는 이번 휴가에 퍼펙트스톰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특히 고물가로 생계난에 몰린 저소득층의 부담은 상당하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에 따르면 가계의 초과 저축액은 지난 1년간 반토막 났고, 저축액 대부분은 부유층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가계 살림이 쪼들리고 있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월마트는 올해 3분기 실적이 시장의 기대 이상을 기록했으나, 타깃은 시장의 기대를 하회했다. 이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식료품 구매만으로도 헉헉대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월마트의 식료품 비중은 50%, 타깃은 20% 수준으로,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먹을거리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 지출을 줄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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