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들이 엔터테인먼트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자사 게임 IP의 확장은 물론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대한 투자까지 단행했다. 반대로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게임 시장에 진출하는 사례도 나타나면서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산업간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올 상반기 '마블 시리즈'를 연출한 루소 형제가 설립한 'AGBO 스튜디오'의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넥슨이 보유한 지분은 49%다. 앞서 넥슨은 지난 1월 AGBO에 4억 달러 투자를 단행한 데 이어 올 상반기 중 최대 1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를 실제 이행한 것이다. AGBO는 루소 형제의 지휘 하에 '어벤져스: 엔드게임', '캡틴아메리카: 시빌워' 등 상업적으로 큰 성과를 거둔 영화를 여럿 제작해 왔다. 넥슨은 AGBO 투자를 통해 영화·TV 분야에서 자체·신규 지식재산권(IP)의 글로벌 확장을 가속화하며 엔터테인먼트 사업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넥슨은 이와 함께 장항준 감독의 신작 영화 '리바운드'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리바운드'는 열악한 환경에서 꿈에 도전하는 부산 중앙고 농구부 학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넥슨의 IP와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영화 제작에 힘을 보탰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지난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IP를 '게임 타이틀'로 정의하기보다는 '스토리텔링'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게임, 웹툰, 소설, 영상을 만든다"라며 "게임 외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과감한 투자와 협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게임사들이 영화·드라마·웹툰 등으로의 확장에 적극 나선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스마일게이트가 대표작 '크로스파이어'를 바탕으로 중국에서 여러 드라마를 제작해 방영한 바 있다. 또 크래프톤도 '배틀그라운드'를 바탕으로 한 단편 영화 '그라운드 제로'를 제작한 데 이어 지난해 할리우드 출신 제작자를 배틀그라운드 기반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의 총괄 PD로 임명했다. 다만 최근 들어 단순히 자사 게임 IP 확대 차원을 넘어 전방위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진출하는 게임사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러한 흐름이 가속화되면서 게임과 엔터테인먼트의 경계가 희미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콘텐츠 IP를 축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시장 특성과 수요층에 차이점도 있다. 기업들은 전반적인 콘텐츠 사업을 아우르기 위해 게임과 비게임 간 구분 없이 확장하는 모습이다. 실제 월트디즈니컴퍼니는 자사 IP를 축으로 게임, 영화 등 다채로운 사업을 하며 종합 콘텐츠회사로 등극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는 "게임사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을 위해 차세대 먹거리를 찾는 과정에서 게임과 마찬가지로 IP를 활용하는 영화·드라마 쪽을 눈여겨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며 "하이브 등 엔터테인먼트 업체들 역시 자신들의 강력한 IP를 활용해 게임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게임은 단순한 콘텐츠 비즈니스가 아니라 서버·네트워크 기술은 물론 게이머들과의 소통 등 다양한 요소가 집약된 산업"이라며 "게임업체들은 장기간 뚝심과 시행착오 끝에 게임으로 성공을 거뒀는데, 하이브 등 엔터테인먼트 업체들도 게임 시장에 진출해서 역량을 발휘하기까지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리고 진통도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결국 성과를 내기까지 충분히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한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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