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즈(FT) 보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연구원들은 보고서에서 미국과 유럽의 급격한 보호주의로의 전환과 함께 비(非) 중국계 기업들의 유례없는 지출 규모를 감안할 때 앞으로 7년 내 서방 세계가 중국에 대한 배터리 의존도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국과 경쟁하는 기업들이 자체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분야에 782억 달러, 관련 부품에 604억 달러 및 리튬, 니켈, 코발트 채굴과 정련에 각각 135억, 125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총 1600억 달러 이상이 소요된다는 계산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서방 자본이 중국 의존도를 우려하는 핵심 기술 중 하나로, 현재 중국은 세계 배터리 생산량의 3/4를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관련 소재 및 부품 생산까지 장악하고 있다.
앞서 이날 LG화학은 22일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Clarksville)에서 테네시주와 양극재 공장 건설 업무협약(MOU) 체결식을 진행했다고 발표했는데, 테네시주 클락스빌 170만여㎡ 부지에 30억 달러(약 4조원) 이상을 단독 투자해 공장을 짓고 연간 12만t 규모의 양극재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는 연간 고성능 순수 전기차(EV, 500km 주행 가능) 약 120만대분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수준으로 미국 내 최대 규모다. 테네시 양극재 공장은 내년 1분기에 착공해 2025년 말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이후 생산라인을 늘려나가 2027년까지 연산 12만t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다.
골드만삭스는 이에 미국 내 한국 배터리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2021년에 11%였던 것이 3년 후에는 55% 수준까지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중국의 배터리 소재 및 관련 부품 시장 장악 역시 해결 과제라고 FT는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업체들의 배터리 음극재, 전구체, 양극재 시장 점유율은 각각 87%, 85%, 77%로 나타났다.
그러나 보고서는 미국과 유럽의 보호주의 정책, 중국 희토류 수요가 적은 대체 배터리 및 배터리 재활용 등을 통해 중국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장악 현상도 완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들에 따르면 현재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의 기업들은 점차 나트륨이온 배터리나 LFP(리튬인산철)배터리 등 대체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 환경이 서방 세계가 중국으로부터 디커플링(탈동조화)하는데 근본적인 문제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이외 전기차 공급망에서 미해결된 환경 리스크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연구원들은 "최근 기업 발표들로부터 추정한 미국의 단위 당 자본 지출액은 중국보다 78%가 더 높다"며 "최근의 인력 부족 및 임금 인플레이션까지 감안하면 미국 내 배터리 생산 비용이 더욱 비싸질 것"이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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