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스포츠에 스며든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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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2-11-2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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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월드컵 마스코트 '라이브(La eeb)' [사진=연합뉴스]

디지털 전환 흐름이 스포츠 소비 문화를 바꾸고 있다. 스포츠 세계 곳곳에 인공지능(AI)이 스며든 모습이다. 지난 21일 개막한 '2022 카타르 월드컵'이 대표적이다. 축구 중계부터 경기장까지, 경기를 뛰는 선수들과 이를 즐기는 관중을 둘러싼 모든 것이 과거 경험과는 달라 보인다. 이번 월드컵의 몇몇 장면을 통해 축구 산업과 생태계를 진화하게 하고 스포츠 팬의 즐거움을 키우는 데 AI가 얼마나 기여하는지 지켜볼 수 있겠다.

어떤 스포츠 경기든 인간 심판의 오심은 관중의 불만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다. 컴퓨터 알고리즘과 카메라 추적 데이터를 이용하는 경기 영상 판독 시스템이 지난 2018년 월드컵에 시범 도입됐고 더 향상된 기술로 이번 월드컵을 지원한다. 카타르 월드컵에선 축구 경기장 지붕 아래 설치된 추적 카메라와 AI가 인간 심판의 판단을 보조한다. 카메라는 속을 센서로 채운 축구공과 선수의 몸에서 최대 29개 데이터 추적 지점을 초당 50번씩 추적해 경기 상황 데이터를 수집한다. 선수들의 팔다리와 공의 위치를 추적하는 데이터 추적 지점이 AI 시스템에 입력돼 오프사이드 선언과 페널티 부여를 더 정확히 할 수 있게 만든다. AI가 먼저 오프사이드 여부와 관련한 경보를 울리고 영상 조정실에서 관계자들이 이 경보를 검증해 심판에게 알리면, 심판은 이를 참고로 최종 선언하는 식이다.

사막성 기후인 카타르의 겨울 기온은 20~30도 수준이라고 한다. 지능형 알고리즘이 장내 더위를 식히기 위해 투입됐다. FIFA에 따르면 카타르의 사우드 압둘라지즈 압둘 가니 카타르대 교수가 설계한 냉각 시스템이 경기장 내부 온도를 낮춘다. 이 시스템은 사람들이 모인 곳만 시원하게 만드는 '지점 냉각(Spot Cooling)' 기술과 단열재를 활용한다. 파이프로 장내 공기를 빨아들여 냉각과 여과를 거친 '시원한 공기방울'로 만들어 내보내는 과정을 반복해 화씨 64~75도(섭씨 약 18~24도)로 경기장 온도를 유지한다. 이는 장시간 경기를 뛰어야 하는 선수들과 직관을 위해 현지를 찾은 관중들이 현지 기온과 응원 열기로 상당한 더위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주최 측이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첨단 냉각 시스템을 채택한 결과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선 이번 월드컵 경기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으면서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포털사는 그간 축적한 검색 분야 AI 기술로 전체 경기 일정과 순위, 점수 등 경기 실황 등을 분석하고 월드컵 특집 페이지를 통해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계 영상과 주요 장면을 포착한 단편 영상을 분류·정렬하고 많이 본 영상과 관련 뉴스 목록을 추출해 서비스 중이다. 이번엔 포털사와 이동통신사에서 월드컵 특별 웹페이지에 AI를 활용한 각국 대표팀 경기 결과 예측 서비스도 선보였다.

다만 아직 '스토리텔링' 영역에는 AI의 존재감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스포츠에서 경기 못지않게 열기를 달아오르게 만드는 것이 경기 실황을 생동감 넘치는 목소리로 전달하는 '캐스터'와 경기 흐름, 주요 장면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는 '해설위원'이다. 카타르 월드컵 중계방송에서 지상파 3사는 저마다 뛰어난 해설 역량과 축구계 전문성을 보유한 '인간 해설자'에게 해설을 맡겼다. AI 축구 해설자는 4년 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주최로 한국·미국·중국·브라질 등 12국 24팀이 출전해 세계 최초 국제 AI 월드컵으로 치러진 'AI 월드컵 2018 국제대회' 결승전에 등장했다. 당시 시연된 AI 축구 해설자는 AI 선수들의 경기 중 '득점(골)'과 '패스' 등을 짧은 문장으로 실시간 묘사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고 한다. AI 해설자라면 이 문장을 감정이 실린 음성으로 들려 주거나 경기 중 특정 상황이나 판정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빠르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할 텐데,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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