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팔자'로 전환한 외국인들이 코스피 지수 하락에도 베팅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를 반대로 추종하는 '인버스'를 대량 매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동시에 국내 대형주에 투자하는 MSCI TR 상장지수펀드(ETF)는 팔고 있다. 반면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의 매수를 틈타 '인버스' 시장을 떠나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3거래일 연속 ‘KODEX 200선물인버스2X’(곱버스)를 총 550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흘 동안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LG에너지솔루션(720억원), 삼성SDI(570억원), KCC(510억원), KODEX 인버스(30억원), 등이다. '곱버스'와 인버스를 합치면 총 매수금액(580억원)은 배터리 대장주인 삼성SDI보다 10억원 더 많다.
인버스(inverse·역방향) ETF는 기초 지수를 반대로 추종하는데 여기에 2배 연동을 적용한 상품이 ‘곱버스’다. 예를 들면 코스피200선물 지수가 1% 떨어지면 투자자는 약 2%의 수익을 보는 구조다.
외국인 투자자도 코스피 지수가 내려간다고 보는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외국인은 이틀 전 MSCI 한국지수를 추종하는 TIGER MSCI Korea 토털 리턴(TR) 상품에 200만원을 투자했지만 다음날에는 1960억원 이상을 순매도한 뒤 다음날에는 아예 매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된다.
외국인들의 투자 마지노선은 2500선으로 관측된다. 코스피는 지난 9월 30일 연중 최저치인 2155.49를 기록한 뒤 10월부터 외국인의 집중 매수로 2400선까지 올라왔지만 박스권에 갇혀 있다. 지난달 코스피 지수가 2200~2300선이었을 당시에는 단 2거래일을 제외하고 외국인들은 모두 매수 우위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 11일 코스피는 2483.16을 기록해 2500선에 대한 기대감을 부추겼지만 외국인의 증시 이탈로 다시 하락했다.
코스피를 2500선으로 기준 삼는 이유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한 경계감과 강달러 영향 때문이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기대치보다 낮게 나와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다시 연준 인사들이 매파적 발언을 이어가며 금리인상과 환율에 대한 경계심이 여전한 분위기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전반적으로 경기 상황은 악화하고, 실적 전망은 하향 조정 중으로 추세적인 증시 상승에 필요한 펀더멘털 동력의 약화는 지속되고 있다”며 “자칫하면 올해 말, 내년 초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와 과도했던 통화정책에 대한 안도감 후퇴가 동시에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개인 투자자는 지난주까지 약 1200억원 순매수하던 '곱버스' 상품을 이번주부터는 55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틀 동안 2% 가까이 상승하자 차익실현을 이루기 위해 되판것으로 해석된다. '곱버스'는 지난 16일부터 전날까지 상승세를 보였다.
아울러 개인 투자자는 TIGER MSCI Korea TR의 매수 금액폭도 축소해나가고 있다. 전날 투자자들은 1억8000만원을 순매도한 뒤 다음날 약 500만원만 순매수했다. 코스피 상승에 대한 불확신과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TR ETF는 분배금을 투자자에게 지급하지 않고 이를 자동으로 재투자해 ETF를 매도하기 전까지는 배당소득세(15.4%)를 내지 않아도 된다. 기관투자가와 장기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상품이지만, 최근 금투세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아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불안감만 가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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