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일진머티 인수에 1.7조 외부조달…금융권 "여력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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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하준 수습기자
입력 2022-11-2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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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 2월 딜 클로징… 금융기관과 차입 협의

  • 롯데 상환우선주 방식 등 원하지만 업계 난색

  • 인수금융 선순위 10% 넘고… 산은도 여력없어

  • 롯데케미칼 목표주가 하향에 신용도마저 하락

  • 자기자본 조달 택하자니 그룹, 건설이 더 시급

[사진=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위해 약 1조7000억원을 금융시장에서 조달한다고 밝혔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재 롯데케미칼은 인수대금 외부 차입금이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분류되도록 투자사들과 협의 중이다. 다만 출자자(LP)들이 롯데케미칼 입맛대로 투자할 여력은 없다는 후문이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내년 2월까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대금 2조7000억원을 모두 납부하고 딜 클로징(거래 종료)을 해야 한다. 롯데케미칼은 1조원은 자기자본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1조7000억원은 외부 금융사 등에서 투자를 받을 계획이다. 
 

롯데케미칼 일진머티리얼즈 인수구조 및 자금유출 흐름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지난 21일 롯데케미칼은 콘퍼런스콜에서 "차입금에 대해서는 현재 금융기관들과 협의 중이며 연내에 금융기관 측에서 확답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되는 상환우선주(CPS)나 전환상환우선주(RCPS) 발행이 재무 건전성에 유리하다. 자본을 늘리기 위해 이미 한 차례 1조1050억원 규모 유상증자 '카드'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선순위 이자율 10% 돌파···인수금융 시장 위축
국내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금융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산업은행을 선택지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다. 산업은행을 필두로 여러 금융사가 펀딩하는 신디케이트론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했지만 쉽지 않다는 관측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회사를 언급할 수 없지만 업계 전반적으로 금리가 높아져 인수금융 자금 출자 여력이 없다"며 "(펀딩하는) 프라이빗에쿼티(PE) 규모에 따라 인수금융 조건은 상이하겠지만 시장이 위축된 것은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인수금융 시장은 고금리 기조, 주가 하락 등으로 위축된 상황이다. 여기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4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인수금융 선순위 이자율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미 선순위 조달 금리가 연 10% 넘어간 상황"이라며 "기관투자자들은 자체 자금이 없으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선순위 이자율이 10%를 넘어가면 조달 여력도 없을뿐더러 대기업으로서도 상당한 상환 부담이 생기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냉랭한 투심에 내부자금 충당 '시나리오' 거론돼···현실성 낮아

롯데케미칼 리서치센터 목표주가 현황 [자료= 메리츠증권,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1조105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공시한 점도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 자금 사정이 어렵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2일 롯데케미칼 목표 주가를 기존 24만원에서 2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앞서 21일 하이투자증권도 리포트를 통해 목표 주가를 29만원에서 21만원으로 낮춰 잡았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부진한 업황과 올해 주가가 연초 대비 19.8% 하락했지만 주주배당 가이던스를 충족하는 대신 자회사 현금 지원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주주가치 훼손 이벤트"라고 평가했다.

신용평가시장에서도 롯데케미칼에 대해 '경고등'을 켰다. 지난 16일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 신용등급을 'AA+등급'으로 유지했지만 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도 롯데케미칼 신용등급과 전망을 AA+ '안정적'에서 AA+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롯데케미칼이 외부 자금 조달이 아닌 내부 자금으로 충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매각이든, 자기지분 매각이든 자금 조달을 통해 급한 불을 끄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이 롯데그룹을 등에 업고 내부 자금을 조달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롯데케미칼보다 레고랜드 사태로 불거진 롯데건설 유동성 악화 문제 해결이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를 방증하듯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건설에 사재 약 12억원을 투입한 데 이어 수장까지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반면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라는 이유로 롯데건설에 약 5876억원을 지원하며 마른 수건을 짜내야 했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자금 수혈처 물색에 힘을 쏟고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출자자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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