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인수·합병(M&A) 시장서 보험권 매물들이 여전하지만, 내년 시장의 흥행 여부에 부정적 전망들이 이어지고 있다. 내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초기, 최대한 현금을 확보해놔야 하는 상황인데다 보험권 자금 유동성 우려가 지속되면서 M&A 이후 '밑빠진 독에 물붓기'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권에서는 현재 KDB생명, MG손해보험 등이 매물로 나온 상태다. KDB생명의 경우, 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 칸서스자산운용이 지난달 매각 주관사로 삼일PwC를 선정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도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매각 의지를 표명한 바 있으며, 보험 전문가로 평가받는 김희태 전 우리아비바생명 대표를 수석부사장에 영입하면서 관련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MG손보도 대주주인 JC파트너스를 통한 자체매각과 금융당국의 공개매각이 진행 중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4월 정례회의를 통해 MG손보를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하자, 대주주인 JC파트너스는 이에 반발해 '부실 금융기관 지정 집행정지를 위한 가처분 소송'을 냈다. 소송이 이어지는 동안 당국과 JC파트너스는 각자 자체매각 주관사를 선정해 놓은 상태다.
롯데손해보험, 동양생명, ABL생명, AXA손해보험도 꾸준히 잠재적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롯데손보는 사모펀드(PEF)인 JKL파트너스가 지난 2019년 롯데그룹으로부터 롯데손보를 인수한 이후 매각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모펀드의 주 목적이 엑시트를 통한 투자금 회수인 만큼, 최근 자산 및 순익 증가세에 매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대주주인 중국 다자보험이 현지에서 매물로 나와있다. AXA손보는 교보생명과 매각이 진행되다 올초 M&A가 무산된 바 있다. 언제든 다시 매각이 진행돼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내년 IFRS17 도입을 앞두고 시장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부채의 시가평가를 골자로 하는 제도 변화로 대규모 자본확충 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흥국생명발 보험권 자금 유동성 우려가 커지면서 관련 업계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다. 올해 4분기 들어 현금조달을 위해 5조원에 달하는 채권매도를 진행하고, 운용자산수익률보다 2배가량 높은 금리를 책정해 저축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점도 내부 유동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강욱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2실장은 "몇해 전까지만 해도 금리가 낮고 회계상 리스크가 적어 보험권의 M&A가 활발했지만, 최근 금리 인상 기조 속 내년 자금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하는 신 회계제도 도입으로 예전만큼 M&A가 활성화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M&A 이후에 자금이 더 들어갈 공산이 크며, 최근 유동성 리스크가 여전한 점도 관련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선영 한국신용평가 선임애널리스트는 "재무건전성이 타사 대비 낮은 중소형 보험사들의 경우 신 제도로 전환할 때 자본확충 요구가 클 수밖에 없어 M&A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M&A가 진행된 이후에도 매수한 업체가 자금수혈을 한동안 지속해야 하는데, 투자 대비 효율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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