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시장안정을 위한 금융권의 유동성 공급 노력을 뒷받침하는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금융당국은 은행권 예대율(예금액 대비 대출액 비율) 규제 완화로 최대 9조원에 달하는 유동성이 시중에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퇴직연금 차입한도 완화 및 금융지주 자회사 신용공여 확대 등으로 연말 '돈맥경화'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날 오전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공개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 규제유연화 조치' 기자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를 주재한 권대영 금융위 상임위원은 "이번 비상거금회의는 최근 1~2주 새 은행권으로 자금이 쏠리는 '머니무브' 현상이 강해진 가운데 연말과 연초에 발생할 수 있는 국내외 상황에 대한 리스크를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면서 "재정·통화당국 모두 긴축 흐름을 이어가 높은 물가상승압력을 막겠다는 대전재 아래 금융시장 내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먼저 당국은 은행의 예대율 여력 확보를 위해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 대출, 관광진흥개발기금 대출 등 정부자금을 재원으로 하는 11종류의 대출을 예대율 산정시 대출금에서 제외키로 했다. 권 위원은 "이런 대출이 제외될 경우 예대율이 약 0.6%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은행들은 최대 8~9조원의 신규 자금 여력을 확보하게 되고, 실질적인 곳으로 자금이 흘러갈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지주 자회사 간 신용공여 한도를 10%포인트 한시적 완화해 지주 내부 유동성 문제를 지주에서 확실히 책임지고 해결해줄 것을 당부했다. 내년 3월말까지 금융지주 계열사 간에는 신용공여 한도가 현재 10%에서 20%로 완화되고, 신용공여 합계는 현재 20%에서 30%까지 확대된다.
아울러 퇴직연금 자금이탈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퇴직연금 차입규제도 내년 3월 말까지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10%인 퇴직연금 특별계정 차입한도를 한시적으로 없애고, 환매조건부채권(RP) 매도 허용도 명확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이를 통해 단기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고, 퇴직연금과 관련된 이동 문제가 상당폭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용카드회사, 캐피탈회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에 대해서도 자금 조달 여력을 확보할 수 있게 유동성 비율 규제를 내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완화한다. 90일 내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성 부채 대비 유동성 자산 비율인 원화 유동성 비율을 100%에서 90%로 10%포인트 완화한다. 여신성 자산 축소로 인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익스포져(대출+지급보증) 비율 증가에 대해서도 내년 3월까지 완화한다.
증권의 경우 채무보증 이행 증권사 순자본비율(NCR) 위험값을 합리적인 수준에 명확하게 한다. 신용등급·부실화여부·보유기간 등 감안해 합리적으로 산정한다는 계획이다. 권 위원은 "금융위는 현재 금융감독원과 NCR 규제 등과 관련해 보다 세밀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비율 규제를 조정함으로써 추가적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을 확대하는 것이 아닌, 여유를 터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권 위원은 최근 당국이 은행권 수신금리를 공개 지적한 점에 대해 "당국은 현재 너무 빠른 자금 이동과 연말효과가 맞물리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달라는 언급이었으며, 연말을 안정적으로 보내기 위해 자금 확보를 위한 과당경쟁이 일어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의 언급"이라고 말했다.
이어 "은행으로 흘러들어간 자금들이 잘 흘러가게 하고, 어려웠던 제2금융권이 연말·연초 유동성을 맞추기 위해 급히 채권을 내놓는 등 무리하지 않도록 전반적인 시장 흐름의 안정과 배분을 균등히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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