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마켓 랠리가 끝자락에 접어들면서 국내 증시가 답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성장세는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ETF 성장 배경으로 국내외 지수 영향이 비교적 덜하다는 점과 주식과 같이 편한 접근성을 이유로 들었다. 현재 속도라면 이르면 내년에 순자산 100조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28일 예탁결제원 세이브로를 보면 지난 25일 기준 우리나라 ETF 순자산 총액은 80조6834억5748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사상 처음 80조원을 돌파한 지난 24일 80조5198억1187만원 대비 소폭 증가한 수치며 이틀 연속 80조원을 돌파해 안정권에 머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국내 지수가 답보 흐름을 나타냈으나 대형주 중심인 코스피200에 투자하는 ETF에 이달에만 5029억원이 순유입됐고, MSCI Korea Index에 투자하는 ETF에는 9528억원이 들어오면서 순자산 80조원 안착을 이끌었다.
ETF 시장의 고성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수 등락과 상관없는 양방향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과 저비용, 편리성, 상품의 다양화 등을 이유로 들었다.
관련기사
한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일반적인 뮤추얼펀드가 지수 상승에 베팅하는 구조라면 ETF는 양방향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최근 약세장에서도 성장이 이어졌다”면서 “ETF는 시장이 상승장일 경우 레버리지 ETF를 통해 추가 수익이 가능하고 하락장일 경우 인버스 상품을 통해 이익을 낼 수 있어 개인 투자자들도 헤지(Hedge) 전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상품의 다양성도 이유 중 하나다. 전기차와 메타버스 등 특정 주제나 트렌드와 관련된 자산을 추종하는 테마형 ETF는 이미 ETF 시장을 견인해오고 있다. 실제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신규로 상장된 주가지수 ETF 중 테마형 상품은 77%로 나타나 압도적인 비율을 나타냈다.
여기에 최근에는 단일종목에 투자하는 ETF도 새롭게 등장한 상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미국의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에 집중 투자하는 ‘ACE 엔비디아 채권혼합 블룸버그 ETF’를 29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고 밝혔다. 이 상품은 엔비디아에 30%를 집중투자하고, 나머지 70%는 국채 및 통화안정증권 등 한국 채권에 투자해 안정성을 높였다.
아울러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국내 운용사들은 채권과 같이 만기가 존재하며 해산 시 원금과 이자를 보장받는 만기 매칭형 채권 ETF도 잇달아 출시한 상태다.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가 최근 금융투자 시장 상품들을 모두 흡수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실제 미래에셋운용의 미국 ETF 운용사인 글로벌X는 유럽에서 나스닥100을 기반으로 한 커버드콜 ETF를 출시한 바 있다. 커버드 콜은 콜 옵션을 매도함과 동시에 기초자산을 매입하는 전략이다. 개인 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 중 하나였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X는 이를 ETF로 만들어 시장이 횡보할 때 콜옵션 매도 프리미엄으로 수익을 얻고, 시장이 하락할 때 보유 주식에서의 손실을 옵션 프리미엄으로 상쇄토록 했다.
운용업계 관계자들은 이르면 내년 중 ETF 순자산 규모가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양한 상품과 더불어 접근성이 용이한 데다 분산투자로 안정적인 장점 때문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ETF 순자산 증가 속도를 보면 시장 불확실성에도 70조원에서 80조원으로 14%가 늘어나는 데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며 “현재 속도라면 내년 중 100조원 돌파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100조원 돌파는 시간문제며 시장 분위기가 이를 받쳐줘야 한다”면서 “내후년인 2024년 100조원 돌파가 예상되고 있지만 시장이 내년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달성하는 기간도 단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