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자산에서 안전자산으로 시중자금이 이동하는 역(逆)머니무브 현상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고이율 예·적금상품의 등장과 채권금리의 동반 상승이 이뤄지고 있고, 경기둔화 우려로 인한 증시 변동성 확대가 자금 흐름 방향을 바꿨다. 미국을 중심으로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 같은 역머니무브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1월 1일부터 28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의 채권 순매수액은 2조102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8873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개인들의 채권 순매수액은 지난 1월 3283억원에 불과했으나 꾸준히 상승하면서 지난 4월 1조680억원을 순매수 하며 1조원을 돌파했다. 7월에는 2조9977억원으로 급증했고, 8월에는 3조2463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채권 순매수액은 9월 3조960억원에서 10월 2조3135억원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연초 이후 개인 순매수액은 17조862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11월) 4조4911억원 대비 297.73%가 급증했다.
시중자금은 은행 예금으로도 이동 중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수신 잔액은 2252조1000억원으로 9월 말보다 6조8000억원이 늘었다. 특히 정기예금이 56조2000억원이 급증하면서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고금리 상품으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이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협회와 연구기관, 업권별 금융회사 등이 참여한 가운데 ‘금융권 자금흐름(역머니무브) 점검·소통 회의’를 열고 업종 간, 업권 내 과도한 경쟁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 업권 간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은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이어지고, 이는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위험자산인 주식시장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이달 25일 기준 투자자 예탁금 잔액은 47조8268억원으로 연초 71조7327억원 대비 23조9059억원(33.32%)이 급감했다. 투자자예탁금은 증권사 계좌에 맡겨둔 돈을 말한다. 증시 진입을 위한 대기성 자금으로 주식투자 열기를 나타내는 지표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시장을 관통하는 공통 주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피봇(Pivot‧정책전환) 가능성이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끝나거나 금리 인하에 나서야 위험자산 선호심리 또한 살아난다. 하지만 최근 연준 위원들이 매파적인 발언을 이어가고 있어 기준금리 인상 기조 역시 계속될 전망이다.
전날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제약적인 통화정책의 유지와 함께 기준금리 인하는 2024년에나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연준이 2024년까지는 높은 금리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역시 연준은 금리 인상을 중단하는 데 있어 아직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2월 초 발표되는 경제지표와 12월 중순 FOMC를 확인하며 안전자산인 채권과 달러가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위험자산인 주식과 원자재의 약세 현상이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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