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칼럼] 지방대학 붕괴 이대로 방치하면 尹정부 '국가균형발전' 공염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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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위원
입력 2022-11-30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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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위원]

[임병식 위원]

수도권 인구 집중에 따른 국가 불균형 발전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대안은 있을까. 대학 서열화 해소와 지역 거점 국립대학 육성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된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획일적인데다 재정지원은 오랫동안 수도권 대학에 편중돼 왔다. 이 때문에 청년층 수도권 집중은 일상화됐고 지역대학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 목표로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를 확정했지만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게 중론이다. 거점 국립대학 육성을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거시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실효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책대안연구소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마련한 ‘지역대학 위기 극복 방안을 위한 국회 연속 토론회’에서 실마리를 찾아본다.

우리나라 수도권 집중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기형적이다. 서울과 인천, 경기 수도권 면적은 12%에 불과하지만 인구 절반(50.25%)이 몰려 산다. 또 국내 총생산액 52.5%, 국세 수입 4분의 3, 기업 70%, 중소벤처기업 투자액 77%, 100대 기업 본사 95%, 예금 70%, 전국 20대 대학 80%, 의료기관 51%, 정부 투자기관 89%가 집중돼 있다. 대학 서열화는 수도권 집중을 부채질했다. 지역대학은 국립과 사립을 가리지 않고 정원 채우기 어렵고 지역은 소멸로 내닫고 있다. 수도권 청년층 인구 유입 통계를 보자. 2004년 15~19세 수도권 유입 비율은 6.7%였다. 2014년에는 36.8%로 10년 만에 무려 6배 급증했다.

지역대학 붕괴는 국가 경쟁력과 밀접하다. 지역대학이 붕괴되면 신입생 감소와 재정 악화, 학업의 질 하락, 지역 일자리 감소, 지역상권 침체, 세수 감소에 따른 지자체 위기까지 도미노를 초래한다. 대학 문제를 떠나 국가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미친다. 그럼에도 정부 정책은 명확하지 못하다. 지역대학 몰락을 설명하는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 닫는다는 말도 이제는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지역대학 위기는 동시다발적이며 일부 지역 사립대학에 국한됐던 대학 붕괴는 지역에서 가장 잘나간다는 거점 국립대학으로까지 번졌다. 학생은 물론이고 교수까지 엑소더스에 올라탄 형국이다.

지역대학 위기는 신입생 충원율 하락과 열악한 재정지원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2018년 이후 5년째 1미만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다. 저출산은 학령인구 감소에 직접적이다. 통계청 장래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30년 전국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 대학교 학령인구는 2020년 대비 41.4%, 41.6%, 15.6%, 4.7%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지역대학은 학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는 입학정원보다 3만명 이상 모자랐다. 이 가운데 75% 정도가 지역대학 몫이다. 올해 수도권 대학 수시전형 경쟁률은 14.33대 1을 기록한 반면 비수도권 대학은 5.72대 1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사실상 비수도권 대학 대부분 ‘정원 미달’이라 해도 과언 아니다.

지역대학 어려움은 신입생 미충원에서 그치지 않는다. 수도권 대학 편입을 위해 휴학이나 자퇴하는 중도 탈락 학생이 급증하고 있다. 종로학원 대학정보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 거점 국립대학 중도 탈락 비율은 4.3%로 전년보다 0.6%포인트 증가했다. 전국 4년제 대학 평균 증가율 0.3%포인트와 비교하면 지역 거점 국립대학 중도 탈락 학생 증가율은 2배 이상 높다. 지역대학은 신입생 정원을 못 채우고 그나마 중도 탈락이 이어지면서 총체적 위기에 처했다.

대학 서열과 지역에 따라 편중 지원되는 교육재정도 지역대학 위기를 가중시켰다. 2018년 BK21+ 사업비를 지원받은 67개 대학 중 상위 10개 대학은 65.9%(1771억원)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서울 소재 대학은 18개 53.2%로 대학 서열과 지역 편중은 심각했다. 대학재정 지원금 편차는 대학별 지원 금액 총액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4~2018년 지원 대상 411개 대학 중 서울대 1개 대학이 전체 지원액의 6.6%를 독차지했다. SKY 3개 대학은 10.2%에 달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연구소장은 “역대 정부가 펼친 정책은 오히려 지역대학 위기를 가속화시켰다”면서 “국가균형발전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설정하고 대학 서열화 해소에 집중하되 지역대학에 대한 과감한 정책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거점국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을 맡은 김동원 전북대학교 총장은 ‘서울대 10개 만들기’ 모델을 중심으로 한 연구중심대학 육성과 고등교육재정 확보를 제안했다. 현재 초중고에만 쓰도록 한 교육 교부금 개선을 현실적인 방안으로 거론했다. 올해 교육 교부금은 81조원에 달하지만 대학은 한 푼도 쓸 수 없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대학생 공교육비가 초등학생보다 적은 나라다.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1만1287달러로 OECD 평균(1만7559달러)에 미달될뿐더러 초등학생 1인당 공교육비(1만3341달러)보다 낮다. 이러니 교육 현장에서 초등학교 화장실은 고쳐도 대학교 실험실습 장비는 구입하지 못한다는 푸념이 나온다.

14년째 동결된 등록금 또한 위기를 부채질했다. 정부 재정지원은 열악한데다 등록금마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바람에 대부분 지역대학은 경영위기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신입생이 줄고 중도 탈락 학생이 늘면서 지역대학은 적자경영에 허덕이고 있다. 김동원 총장은 “지역대학은 공적 재원 확대 없이는 교육의 질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고등교육을 위한 안정적 재정 확보 방안으로 고등교육지원특별회계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제안했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OECD 국가 평균의 66%로 최하위 수준이다. 정부도 문제를 인식해 지난 7월 ‘교육 교부금 고등교육 전용’ 방침을 발표했다. 초중고 교육 교부금 가운데 일부를 대학으로 전용하는 내용이다. 전국 17개 시도교육감은 “열악한 교육환경을 고려할 때 교부금 개편은 근시안적 접근”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초·중·고와 대학 간 갈등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합리적 대안은 아니다. 교부금 제도를 개선하고 대학 재원을 위한 별도의 법적 토대를 만드는 게 핵심이다. 거점 국립대학 육성은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는 국가균형발전을 달성하는 가장 효과적인 정책임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는 선언이 아닌 구체적이며 현실적인 정책에 달렸다.|




임병식 필자 주요 이력

▷국회의장실 부대변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한양대 갈등연구소 전문위원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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