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치킨 앞에 장사 없다" 월드컵이 야속한 자영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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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2-11-3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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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축구=치킨' 공식에 치킨外 업종 매출 급락

  • 업주들 "하루에 주문 1건, 월드컵 끝났으면"

  •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쾌재, 매출 3배 폭증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월드컵 좀 끝났으면."

수제버거 가게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월드컵 기간에 손님들이 치킨 가게로 쏠리자 이같이 하소연했다. 축구 응원에는 치킨이란 공식이 이번에도 적용되면서 치킨 프랜차이즈의 매출이 폭증한 반면, 다른 업종의 매출은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월드컵이 야속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30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월드컵을 기점으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글쓴이들의 공통점은 치킨 외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분식집을 운영 중인 한 자영업자는 가나전이 있던 지난 28일 "오후 4시 49분 기준 1건만 팔았다. 한국 경기가 있을 때마다 매출이 죽을 쓴다"며 "축구를 좋아하지만, 생계에 영향을 받으니 정신이 뭉개진다"고 말했다. 이어 "배달앱을 봐도 주문 순위 1~10위가 모두 치킨 가게다. 옆 가게가 치킨집인데 지금도 손님들이 줄 서서 기다린다. 속이 타들어 간다"며 답답해했다.
 

거리응원 앞둔 축구팬들 [사진=연합뉴스]

패스트푸드 대표주자인 햄버거도 월드컵 기간엔 치킨에 적수가 안 됐다. 수제버거 가게 업주는 "월드컵이 끝났으면 좋겠다. 굶어 죽겠다"라며 "치킨 가게로 (주문이) 몰빵돼 진짜 죽어난다. 월드컵 시작하고 그냥 (장사를) 놓았다. 하루 매출 100만원에서 반토막 났다. 특히 저녁 매출에 직격타를 맞았다"고 했다. 카타르월드컵 주요 경기가 주로 오후 10시와 자정에 몰려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치킨 앞에 장사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는 "가게 안에서 월드컵을 볼 수 있도록 프로젝트 빔까지 설치했지만, 손님이 오지 않는다"며 "넓은 가게에서 친구들과 축구를 보며 술만 진탕 마셨다"는 글을 남겼다.
 

'현재 치킨집 상황'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사진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반면 치킨 가게는 월드컵 특수에 쾌재를 부르고 있다. 한국 경기가 열리는 날 치킨 주문이 폭주하면서다. 주문 폭증은 곧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치킨 브랜드 교촌치킨·BBQ· BHC치킨은 한 달 전과 매출을 비교했을 때 각 160%, 220%, 297%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문 폭주를 증명하듯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현재 치킨집 상황'이라는 제목으로 주문 영수증이 바닥까지 길게 늘어뜨려져 있는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소비자들은 다음 달 3일 포르투갈 전을 앞두고 또 한 번 '치킨 사수'에 나설 전망이다. 한국이 포르투갈을 이긴다면 16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주말로 넘어가는 자정에 경기가 시작돼 집관족(집에서 경기 관람)의 치킨 주문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식 배달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축구를 볼 때 치킨을 시키는 걸 당연하게 여기도록 방송가가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치킨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방송에서 계속 치킨을 강조하는 것도 한몫한다. 야식이라고 표현해도 괜찮을 텐데 모든 방송 멘트가 치킨으로 통일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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