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시중은행들은 연말 은행채를 재개하는 방식에 대해 기존 공모채 방식이 아닌 은행 간 은행채를 주고받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 간 채권 융통 방식을 검토하자 이에 발맞춰 KB국민은행을 비롯해 시중은행들이 사모채 발행 준비에 나서고 있다.
해당 조치는 은행권에 자금 확보 여력을 열어주려는 취지로 시행된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자금 경색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이유로 은행채 발행을 제한해 왔다. 실제로 지난달 21일 국민은행에서 1400억원 발행을 끝으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은행채 발행이 전무하다.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를 갚기만 했을 뿐 신규 자금 확보에 나서지 않았다.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채권시장 내 자금이 대표적 우량 채권인 은행권으로 쏠리자 금융지주와 은행들에 은행채 발행을 제한할 것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이에 당국은 은행 간 거래하는 사모채를 발행하면 은행들이 서로 인수해 시장에 발생하는 물량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한국은행이 환매조건부채권(RP)으로 은행채 매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은행권 자금 조달 부담도 일부 완화할 수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은행 적격담보증권 대상에 은행채를 포함하고 사모 은행채도 대상이 될 수 있는지 현재 검토 중이다.
적격담보증권에 사모 은행채도 포함되면 은행들은 보유한 사모 은행채를 새롭게 담보로 맡기고, 고유동성 자산인 국공채를 받아 안정적인 유동성커버리지비율(CLR)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은행권 일각에서는 이런 사모채 발행에 대해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라고 지적한다. 은행의 대표 자금 조달 수단을 모두 묶어둔 채 발행 기준도 마련되지 않은 사모채로 자금 여력을 확보하라는 것이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그간 진행되지 않았던 형태의 발행으로 이번에 사모채 추진이 가능하다고 해서 준비하고 있지만 당국에서 이를 허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이야기"라면서 "제일 중요한 건 은행 간 거래하는 사모채를 발행한다고 해도 한은에서 적격담보대출로 인정받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제도적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들도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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