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인당 소득과 경제 수준을 보면 한국은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이제는 노동·생산시장에 유연화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의장)는 최근 아주경제신문과 전화로 인터뷰하면서 "이미 세계에서는 한국을 성공한 나라로 인정했고 인지도도 전과 다르게 높아졌다"며 "올해 GDP 순위가 13위 정도로 예상되는데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유지하면 추후 10위권에 재진입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10월 세계 경제 전망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한국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미국 달러화 기준으로 1조7342억700만 달러로 추정됐다. 이는 전 세계 191개국 가운데 13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국은 2005년 10위권을 기록한 이후 줄곧 10위권 밖에 있다가 2018년 다시 10위에 재진입해 현재는 10~13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강 교수는 가장 최근 발표치인 세계경제포럼(WEF) 2019년 국가경쟁력 순위를 인용해 "한국은 141개국 가운데 국가경쟁력 13위를 기록했는데 혁신·인프라는 높은 평가를 받은 반면 노동과 생산 등 사회적 요인은 순위를 크게 밑돌았다"며 "노사 협력,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한 제도 개혁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국가경쟁력 평가 내용을 살펴보면 한국은 거시경제 안정성 등 경제 체질과 혁신 역량 등이 특히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시경제 안정성과 정보통신기술 보급 항목은 1위를 차지했고 인프라 항목도 6위로 평가됐다. 혁신 역량은 6위, 보건 항목은 8위에 올랐다.
반면 노동시장에 대한 평가는 51위에 그쳤는데, 특히 고용·해고 유연성(102위), 노사 협력(130위), 근로자 권리(93위) 등이 부진했다.
기업 활력 항목(25위)도 종합 순위를 밑돌았다. 오너 리스크에 대한 태도(88위), 권한 위임 의지(85위) 등 한국 기업 지배구조에 관한 항목에서 순위가 낮았다.
그는 "이 같은 한국의 사회적 갈등은 경제성장이 워낙 빠르게 이뤄지면서 나타난 부작용"이라며 "이제는 세계적 기준에 맞는 사회제도 개혁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우리나라가 유례없는 성장을 했지만 여전히 사회·문화적 측면에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은 만큼 현재 직면한 문제를 보다 면밀히 파악해 지속적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저성장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인구가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하고는 있지만 이는 다른 나라도 함께 겪고 있는 문제"라며 "이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미·중 갈등 속에서 공급망 불안이 지속되는 양상에 대해서는 "앞으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은 지금보다 더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정치적으로는 미국과,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가는 것이 좋지만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면 중국에 대한 경제적 비중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그간 우리 수출이 중국에 너무 의존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는 동남아시아 쪽으로 수출·수입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며 "세계화에 발맞춰 보다 공생적인 전략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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