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 등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 보험료 인하를 놓고 막바지 요율 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이 당정협의회를 통해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손보사들에 요구했기 때문이다.
손보사들은 지난 10여 년간 쌓인 자동차보험 누적 적자액만 9조원에 달한다는 입장이지만, 당정은 올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근거로 인하 여력이 있다고 내다봤다. 상위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올해 1~9월 평균 77.9%로, 손보사들은 통상 사업비를 고려해 '77~80% 초반대'를 적정 손해율 수준으로 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지난해와 비슷한 1%대 수준으로 인하 요율이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상위 4개(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에서 3981억원의 흑자를 내자, 당국은 올초 자동차 보험료 인하를 요청했다. 이에 지난 4월 계약부터 삼성화재 1.2%, 현대해상 1.2%, DB손보 1.3%, KB손보 1.4%의 인하요율이 적용됐다.
반면 실손보험료는 내년 인상이 유력시되고 있다. 올해는 물론 매년 실손 손해율이 100%를 상회해 늘어나는 적자폭을 감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은 2조86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전년(2조5000억원) 대비 적자 폭이 3600억원 늘었다. 지난해 손해율도 113.1%를 기록했다. 이는 보험료 100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113.1원을 지급했다는 얘기다.
향후 10년간 112조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조사 결과도 나왔다. 보험연구원은 2031년까지 실손 누적 적자가 112조3000억원, 손해율은 166.4%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4년간 실손보험료 인상률이 연평균 13.4%인 반면 보험금은 연평균 16.0%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했다. 업계는 백내장 수술, 도수치료 등 비급여 진료에 대한 소수 과잉 의료 이용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에 당국과 정치권 역시 실손 인상에 제동을 걸 수 없는 입장이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의무보험인 데다 흑자세가 유지돼 최근 인하를 요구했지만, 적자폭이 커지는 실손의 경우 무조건적인 인하를 강요할 수 없어서다. 다만 지난해 평균 인상률이었던 14.2%보다 요율을 낮게 요구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실손은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며, 자동차보험과 함께 소비자물가지수를 산정할 때 반영된다"며 "지속된 금리 상승 등을 고려해 최근 당국과 정치권이 물가 잡기에 적극 나서면서, 전년보다 개선된 10% 초반대의 인상률이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보험권은 오는 8일 보험연구원이 주최하는 '실손의료보험 정상화를 위한 과제' 세미나를 통해 의견을 수렴, 금융당국과 조율을 거쳐 이달 중 실손 인상률 등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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