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풀 꺾인 킹달러] 1500원 향하던 환율, 연준 속도조절에 1200원대로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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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2-12-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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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1500원을 바라보던 '강달러' 환율이 어느새 1300원을 밑도는 달러 약세로 방향을 틀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가 조만간 정점에 달할 것이라는 시장 관측과 더불어 연준의 속도도절 기대감이 환율에 반영된 데 따른 것이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후 원·달러환율은 지난 2일(1299.9원) 대비 7.3원 내린 1292.6원에 장을 마쳤다. 이는 두 달 전인 지난 10월 중순 기록한 연고점(1444원)과 비교해 12%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원·달러환율이 1300원대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8월 5일(1298.3원) 이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같은 약달러 기조는 최근 1~2주 새에 더욱 가파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 원·달러환율은 지난달 29일 하루에만 13.6원이 떨어졌고 30일에도 장중 7.8원 내려갔다. 이달 들어서도 19.1원(1일) 내리는 등 최근 일주일여 동안 무려 50원 가까이 하락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DXY, 1973년=100)도 전 거래일보다 0.39% 하락한 104대에서 움직이고 있고 있다. 지난 9월 27일 당시 114를 넘어서며 고점을 기록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이같은 환율 움직임은 국내 외환보유액 규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 규모는 한 달 전보다 20억9000만달러 늘어난 4161억달러로, 7월 이후 넉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은은 그동안 환율 방어에 적극 나서면서 외환보유고를 빠르게 소진해 왔으나 지난달 미 달러화(달러인덱스 기준)가 3.5% 상당 평가절하되면서 미 달러 환산 외화자산 규모가 늘었다. 한은은 "일시적 감소 요인인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금융기관 외화예수금 감소에도 불구하고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 환산액이 증가하면서 외환보유고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연내 '1500원 도달론'까지 제기될 정도로 꺾일 것 같지 않던 원·달러환율이 하락하는 배경으로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 속도조절 움직임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연준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에 대한 경계감이 고조돼 왔는데 최근들어 연준 주요 인사들이 속도조절에 힘을 싣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시장이 더 크게 반응한 것이란 시각이다.

실제 지난 8월까지만 해도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고 언급했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워싱턴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강연에서 "현 금리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제약할 수준에 근접해있다"며 "빠르면 이달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도 지난달 “느린 금리인상 속도로 가는 것이 적절하다”는 발언을 내놨고 불과 한 달여 전까지 ‘금리를 제약적 영역까지 높이는 것'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취하던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실 기준금리와 금융환경 긴축 간의 과도한 차이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완곡한 입장변화를 드러냈다.

연준은 다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간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그에 따른 달러화와 국내 원화가치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현재로는 3.75~4%인 미 연준 정책금리가 다음주 추가 인상을 거쳐 내년 중에는 5%(상단 기준)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파월 의장은 "최종금리가 9월(4.6%) 회의 당시 생각했던 것보다 높아질 수 있다"며 "상당기간 높은 금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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