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저녁 윤석열 정부의 첫 국빈만찬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렸다. 윤 대통령이 영빈관에서 외빈 초청행사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정장에 흰색 넥타이를, 푹 주석은 정장에 보라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김건희 여사는 전통 한복 대신 금색 수가 놓여진 베트남풍 화이트 롱드레스를 입어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은 만찬사에서 "올해는 양국이 수교한지 30년이 되는 해다. 지난 30년간 우리는 눈부신 성과를 이뤄냈다"며 "이러한 결실의 바탕에는 양국 간 유구한 친선의 역사가 녹아있다"면서 천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양국 교류에 주목했다.
윤 대통령은 "이제 우리는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 글로벌 사회가 당면한 위기와 도전은 한국과 베트남을 더욱 강력히 결속시킬 것"이라며 "푹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양국이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기로 한 것은 이러한 목표를 향한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한국은 베트남이 최고로 존경하는 파트너들 중 하나"라며 "베트남 국가와 국민은 역내와 세계의 평화, 안정, 협력과 발전에 기여하고, 양국의 이익을 위해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의 새로운 협력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 한국 정부와 국민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부부에게 베트남 국빈 방문을 요청했다.
푹 주석은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의 눈부신 승리를 열렬히 축하드린다"며 "박 감독님 덕분에 베트남 축구대표님도 많은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다고 발언해 박수를 받았다.
만찬 식탁은 한식과 다과로 차려졌다. 만찬에는 한국 측에서 80명, 베트남 측에서 40명 등 약 120여명이 참석했다. 우리 측에서는 한덕수 국무총리 및 부처 장관과 대통령실 주요 참모진,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당 의원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야당 관계자는 보이지 않았다.
한편 첫 국빈만찬 장소로 청와대 영빈관을 선택한 것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 출범 이후에 내외빈 행사는 호텔이나 국립중앙박물관, 전쟁기념관 등 다양한 곳에서 진행해 왔다"며 "그러나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경호상 문제 등 어려움이 많았고, 국빈급 외빈을 맞이하기에 알맞은 장소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결국 청와대 영빈관이 국격에 걸맞는 대규모 내외빈 행사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역사와 전통의 계승과 실용적 공간의 재활용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도 지난 3월 20일 대통령실 이전을 발표하면서 '청와대 영빈관을 국빈만찬 행사에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윤석열 정부가 야당의 반대로 용산에 새 영빈관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청와대 영빈관을 계속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부대변인은 "역사와 전통을 가진 청와대 영빈관에서 행사를 진행함으로써 국내외 귀빈과 긴밀한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국격에 걸맞는 행사 진행을 위해 영빈관을 실용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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