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문 교수는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재발 방지를 위한 정책 간담회'에서 “시스템, 법에는 다중 인파 밀집을 재난 유형으로 넣기만 하면 된다”며 “문제는 잘 짜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에 발제자로 참여한 문 교수는 이태원 참사 원인을 인파 밀집과 더불어 미작동한 ‘재난관리 시스템의 3축’으로 분석했다. 문 교수는 “안전관리위원회, 재난안전대책본부, 긴급구조통제단이 한국 재난관리 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3축”이라고 말했다.
안전관리위원회는 발생할 우려가 있는 재난·재해 유형을 중심으로 예방·대비·대응·복구 등 재난 안전관리 계획을 작성하는 것이 골자로, 안전관리 기본법에서 정하고 있다. 시·군·구 안전관리위원회는 그 지역에서 발생할 우려가 있는 재난·재해 유형을 중심으로 소방, 한전 등 외부 기관들이 모여 필요한 협조 계획을 세워야 한다.
문 교수는 이 지역안전관리위원회가 제대로 진행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봤다. 그는 “안전관리위원회가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고 서면으로 해버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전관리위원회가 기능하지 않는데 그를 토대로 재난이 발생할 우려가 있거나 발생했을 때 작동하는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가 고장 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사 직전)용산구 재난안전대책본부가 가동돼 경찰, 소방과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논의하고 용산구 내 13개 실무반이 제 역할을 했다면 한 명도 안 죽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난관리의 ‘기능 연속성’도 강조했다. 그는 “재난관리는 유관기관 합동 작전”이라며 “기관장 변동 시기와 중간 관리자 인사 이동 시기 때 과학적 인수인계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1년으로 정해진 경찰서장 임기는 지역에 대한 안전관리 측면에서 너무 짧다는 의견도 더했다.
문 교수는 다중 인파 밀집에 대한 기존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인파는 곧 상권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인파 밀집이 곧 위험의 시작'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중 인파 밀집 방지를 위한 대안을 구축하고, 인파 밀집을 새로운 재난 유형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참사 이후 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선 부정적 견해를 내놨다. 법 개정에 앞서 현재 문제점을 치밀하게 진단하고 개선책을 내놓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현 시스템을 진단하지도 않고 이뤄지는 경쟁적 입법이 법 시스템을 누더기로 만들고 오히려 작동을 저해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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